절제력 고갈되지만 “생각보단 강한 힘”

자신의 욕구를 억제하는 능력인 절제력은 한계가 있을까. 지난 15년간 과학자들은 이 같은 물음을 반복적으로 던졌다. 그리고 ‘그렇다’는 답변을 얻었다. 절제력은 한계가 있단 게 과학계의 정설이지만 최근 연구자들은 그 한계선이 생각보다 높을 것이란 주장을 제기했다.

선행 연구들에 따르면 자제력은 고갈되는 성질이 있어 점점 소모돼 사라진다. 가령 단 초콜릿을 먹고 싶을 때 이를 참으며 논리력을 요하는 퍼즐문제를 푼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집중력이 떨어진다. 화를 억지로 억누른 상태에서 수학문제를 집요하게 붙들고 있는 일 역시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이런 현상을 ‘자아고갈’이라고 한다.

자아고갈 이론은 스스로를 제어하는 힘이 점점 고갈된다는 이론이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생각만큼 나약하고 유약하게 사라지는 힘은 아니다. 또 자아고갈 작동원리를 설명한 기존 연구들의 매커니즘은 불확실하다.

영국 런던 퀸 메리 대학교 연구팀에 따르면 자제력이란 힘은 실제보다 과소평가돼온 경향이 있다. ‘실험심리학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에도 자아고갈 이론에 대한 기존 관점에 반문을 제기한 논문이 실린 바 있다.

절제력에 관한 기존 논문들은 대체로 30명 미만의 소규모로 진행된 실험으로, 이처럼 작은 규모의 실험은 변동성이 크다. 인간의 보편적인 특징을 규정짓기엔 실험 규모가 지나치게 작은 만큼 기존의 자아고갈 이론은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팀은 ‘p-곡선 분석’이라는 새로운 통계방법을 적용했다. 그리고 자아고갈 효과가 거의 ‘0’에 가까운 수치를 보인다는 점을 발견했다. 기존 연구자들은 자제력을 유지케 하는 힘을 포도당으로 봤는데 이 역시 우연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연구팀의 주장이다.

물론 이 같은 연구결과를 통해 선행 연구들을 무작정 부정할 순 없단 게 런던 연구팀의 의견이다. 단 선행 연구 방식이나 실험 결과에 의구심이 드는 만큼 추가적인 실험을 통해 지속적으로 자아고갈 이론을 증명해나갈 필요는 있단 것이다.

이번 연구팀은 기존의 자아고갈 이론이 부분적으론 사실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다이어트를 하거나 금연을 하는 등 자제력을 크게 요하는 일을 할 땐 확실히 절제력을 잃기 쉬운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즉 절제력이 점점 소모되는 성질을 가졌다는 것은 진실일 것으로 보이나 기존 연구자들이 말하는 것만큼 쉽게 고갈되진 않을 것이란 견해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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