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 기억이 풍부한 이유. 중년기는?

청소년기부터 어린 성인기 사이에 일어난 경험이 유독 극적이고 풍부하게 기억되는 이유는 뭘까. 과학자들에 따르면 이는 ‘회고 절정(reminiscence bump)’ 현상 때문이다. 하지만 인생 중반기 이후 형성된 기억이라고 해서 반드시 밋밋한 것만도 아니다.

회고 절정이란 노년기에 이르러 자신의 삶을 되돌아봤을 때 청소년기부터 어린 성인기 사이의 기억이 가장 많이 떠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청소년기는 다양한 첫 경험들을 하게 된다. 또 민감하고 예민하기 때문에 이 시기 경험한 일은 자의식을 형성하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 이 시기 경험한 사건들이 깊게 각인되는 이유다.

미국 뉴햄프셔대학교 연구팀은 인생 전반기가 아닌 후반기에 형성되는 기억에 중점을 두고 새로운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40~60세 사이 일어난 기억도 나름의 절정기가 있었다. 젊은 시절이 가장 큰 기억의 보고이긴 하지만 그 밖의 시기에 형성된 기억도 상황에 따라 좀 더 인상깊게 남을 수 있다는 의미다.

‘실험심리학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에 실린 이번 논문은 65세 이상 실험참가자 149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실험참가자들은 40~60세 사이에 일어난 일 중 가장 잊지 못할 경험 5가지를 꼽았다. 더불어 이 시기 가장 기억에 남는 주거지 이동, 즉 이사 경험에 대해서도 떠올려보도록 했다.

주거지 이동은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시기인 만큼 뇌리에 깊이 박힐 것이란 게 연구팀의 가정이다. 실험 결과, 주거지 이동으로 형성되는 기억은 젊은 두뇌, 첫사랑, 첫 취업 등과 같은 첫 경험 없이도 잊지 못할 사건으로 기억되는 확률이 높았다. 실험참가자의 65%는 이직이나 은퇴처럼 또 다른 특정 사건과 맞물려 이사 경험을 했기 때문에 유독 기억에 잘 남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24%의 실험참가자들은 이사와 연계된 특정한 사건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시기를 기억에 잘 남는 시기로 꼽았다. 이는 주변 환경과 날씨가 바뀌고 먹고 자는 일상적인 활동 공간이 달라지는 경험만으로도 좀 더 풍부한 기억이 형성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인생 후반기에 떠올리는 자전적 기억의 상당 부분은 청소년기와 어린 성인기 기억이 차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년 이후 인생이라고 해서 무조건 밋밋하게 기억되는 것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어린 시절 기억이 높고 험준한 산맥처럼 다채롭고 풍부하다면 중년 이후 인생은 완만한 초원지대 같지만 그 안에도 나름의 언덕과 계곡이 형성될 수 있다는 의미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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