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는 성공할 수 있을까? “유전자로 예측”(연구)

지난 수십 년간 과학자들은 일란성 쌍둥이를 대상으로 무수히 많은 실험을 진행했다. 동일한 유전자를 공유하는 두 사람을 비교하는 연구를 통해 외모뿐 아니라 지능과 성격에도 유전자가 미치는 영향이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그런데 쌍둥이 실험으로는 유전자가 개인의 특성을 결정짓는다는 점은 확인할 수 있지만 어떤 유전자가 이 같은 영향을 미치는지는 알 수 없다. 일란성 쌍둥이 연구방식의 고질적 한계점이다. 그래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연구가 ‘다유전적 점수’다.

이 연구방식은 유전자 변이를 통해 미래를 예측한다. 가령 영리한 사람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높이는 유전자 변이들을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는지 합산해 향후 어떤 사람으로 성장할 것인지 유추한다는 설명이다.

최근 한 연구팀은 진득하게 오래 앉아 공부할 수 있는 사람들의 유전적 특성을 찾는 선행 연구에 다유전적 점수 방식을 적용했다. ‘심리과학(Psychological Science)저널’에 실린 이 논문에 따르면 교육과 연관된 유전자 변이를 많이 가진 아이들, 즉 다유전적 점수가 높은 아이일수록 학습 속도가 빨랐다. 이 아이들은 지능검사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보였다.

실험참가자들이 태어났을 때부터 38살이 될 때까지 추적 조사를 실시한 결과, 다유전적 점수가 높은 아이들은 좀 더 좋은 학교에 입학했고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비율 역시 낮았다. 자신의 파트너를 선택할 때는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을 택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 즉 교육과 연관된 유전자 변이들을 많이 가진 사람일수록 영리하고 부지런하며 사회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삶을 살게 될 것이란 예측이 가능하단 의미다.

이론상 실험참가자들이 태어난 시점에 계산한 다유전적 점수로 미래를 예견할 수 있단 뜻이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예측 정확도는 점점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즉 미래의 어느 시점에 이르면 다유전자적 점수가 높은 아이만 선별하는 비인간적인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물론 아직까지는 다유전적 점수를 통해 각 개인의 미래를 명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다. 따라서 현시점에서는 이를 어디까지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과학자들이 연구실에서 연구목적으로만 사용할 것인지, 아이들이 진로를 결정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적성검사에 적용할 것인지 정도의 고민은 논할 수 있는 단계라는 설명이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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