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보는 눈 있으면 태도 너그러워질까

우울한 상태에서도 사진을 찍는 순간만큼은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누군가 나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상대를 의식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람은 자신을 지켜보는 눈이 있다는 사실을 감지했을 때 좀 더 너그럽고 배려있는 사람이 될까.

혼자 있을 때보다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행동이 나아지는 것을 ‘친사회성’이라고 한다. 가령 모금함에 눈동자 사진을 붙여두면 기부하는 사람이 늘어난다거나 정면을 응시한 얼굴이 담긴 액자를 걸어두면 좀 더 열심히 일하게 되는 상황들이다.

영국 뉴캐슬대학교가 진행한 실험에 따르면 자발적으로 커피 값을 내도록 상자를 설치하고 음료 메뉴 위에 꽃 이미지 혹은 눈동자 이미지를 붙인 결과, 꽃 이미지보다 눈동자 이미지가 붙어있을 때 사람들이 좀 더 정직하게 돈을 내는 경향을 보였다.

이처럼 ‘감시의 상징’만으로도 사람의 태도가 바뀔 수 있다면 범죄율을 떨어뜨리거나 타인에게 좀 더 배려있는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최근 ‘진화와 인간행동(Evolution and Human Behavior)저널’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실제로 이 같은 방법이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선행연구들에 따르면 감시의 상징은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하기도 하고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일부 논문들은 일관성 없는 결과가 도출된다고 결론짓기도 했다. 또 ‘사회적 압박’을 받을 때만 감시 효과가 실효성을 보인다는 보고도 있다. 사회적 압박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행동양식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만드는 압력을 의미한다.

최근 캐나다와 미국 공동연구팀은 두 가지 메타분석을 종합해 감시 효과에 대한 보다 큰 그림을 그렸다. 한 가지 메타분석은 총 2700명의 실험참가자들이 관여한 26가지 실험을 분석한 내용이고, 또 다른 메타분석은 2만여 명의 실험참가자들이 참여한 27가지 실험을 분석한 내용이다. 연구팀은 이 내용들을 종합해 감시의 상징이 ‘너그러움’이라는 태도를 유도할 수 있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눈동자처럼 감시를 의미하는 상징이 있어도 사람들의 태도가 특별히 너그러워지지 않았다. 진짜 ‘감시’가 아닌 ‘감시의 상징’만으로는 긍정적인 행동변화를 크게 기대키 어려울 것이란 결론이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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