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전문가는 ‘사랑의 명화’ 어떻게 봤을까?

배정원 박사 ‘섹스 인 아트’ 출간

배정원 박사 ‘섹스 인 아트’ 출간

루벤스, 보티첼리, 쿠르베, 클림트, 보티첼리…. 숱한 거장들이 사랑과 성 이야기를 화폭에 담았다. 혹시 유럽의 미술관에 걸린 ‘사랑의 명화’ 앞에서 왠지 모를 공감에 얼어붙은 적은 없는가? 그림들이 익숙한 신화나 소설의 일화를 표현했기 때문일까? 혹시 그림 속에 녹아 있는 ‘인간의 성 본능’이 지금의 나와 연결되기 때문은 아닐까?

성학(性學·Sexology) 전문가인 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가 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책 《섹스 인 아트》를 펴냈다. 저자는 거장들의 명화 29편에 숨어있는 이야기와 그림의 배경을 친절하게 설명하면서, 명화들이 억누를 수만은 없는 인간의 근원적 본능을 표현했기에 생명력을 갖게 됐고, 현재의 성 이슈와도 연결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저자는 인문학, 보건학, 언론학 등 다학문 전공자로서 다양한 각도에서 명화에 깃든 인간의 성적 본능을 조명한다. 또 20여 년 동안 숱한 남녀의 성 문제를 상담한 성 심리상담가답게 사람에 대한 연민을 바탕으로 거장이 표현한 ‘인간의 성’을 넓고 깊게 해석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시대를 관통하는 각종 성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며 ‘건강한 성생활’을 위한 팁까지 선물한다. 이 책은 배 소장이 건강포털 코메디닷컴에서 연재한 《예술 속의 성》을 바탕으로 명화 사진과 참고자료를 보완해서 발간됐다.

책의 첫 장에 소개된 클림트의 《다나에》에서는 주인공이 탑에 갇힌 상태에서 황금빛 물결로 변한 제우스와 관계를 맺는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정자와 오르가슴에 대한 정보를 알려준다. 이런 배경 이야기와 의학적 정보를 알고 다시 그림을 보면 느낌이 확연히 달라진다.

루벤스의 《삼손과 데릴라》를 통해서는 남성 오르가슴의 비밀을 벗긴다. 제르벡스의 《롤라》에서는 하얀 알몸을 그대로 드러낸 매혹적인 마리온을 바라보는 롤라의 표정을 통해, 남성이 느끼는 ‘원 나이트 스탠드의 허망함’을 설명한다. 밀레이가 공들여 그린, 처연한 아름다움의 《오필리아》에서는 믿을 수 없는 남자의 고백에 대한 경고를 읽어낸다. 보티첼리의 《비너스와 마르스》를 읽고 나면 오르가슴에 도달한 뒤의 남녀 차이를 뚜렷이 알 수가 있다.

틴토레토 《목욕하는 수산나》에서는 수산나를 훔쳐보는 원로들의 모습을 통해 관음증과 몰카에 숨은 심리를 해부한다. 또 오브리 빈센트 비어즐리의 《이졸데》를 통해 현대판 사랑의 묘약인 비아그라와 질 윤활제 등 ‘지극한 사랑’을 위한 인간의 노력에 대해 알려준다.

저자는 서양의 중세와 르네상스기에 화가들이 그리스 로마 신화의 사랑 이야기를 화폭에 담으면서 금기에 도전했다고 해석한다. 저자에 따르면 서양의 신들은 지극히 인격적이다. 거장들은 인간이 가진 품성을 그대로 가진 신들을 적나라하게 표현했고, 신화를 빌려 자신들의 본능을 표출했다. 화가들만 억압에 순응하기를 거부하지는 않았다. 귀족과 거상들은 제우스와 염문을 뿌린 신화 속 미녀들의 알몸을 그리도록 화가들의 표현욕을 자극했고, 그 그림들을 비밀스럽게 보관하고 자기들끼리 사적인 파티에서 함께 감상했다. 죄 의식 없는 간통이 화폭에 담겼다. 온갖 신들과 요정, 인간의 사랑 이야기가 적나라하게 화폭에 담겼다.

제우스가 남편을 지키려 서슬이 퍼런 조강지처 헤라의 눈을 피해 잘생긴 황소로, 황금비로, 먹구름으로 변신해 인간여자의 사랑을 얻고 섹스를 즐겼던 이야기들은 어쩌면 모든 부유한 남자들의 로망이었을 것이다. 예술과 문화가 높은 데에서 낮은 데로 흐르기에 부유층의 본능 또한 예술의 발전에 기여한 셈이었다는 해석이다.

저자는 자신이 전공한 성학이 인간의 탄생부터 죽음까지에 대한 ‘사람’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소개한다. 그 안에는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이야기가 모두 들어 있다. 당연히 그 사람이 만들어지는 ‘탄생’이라는 시작부터 살아가며 겪게 되는 사랑, 섹스, 이별, 질투, 배신, 출산, 간통, 살인, 죽음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사람의 생로병사, 희로애락에 대한 이야기가 성이라는 것. 이러한 사랑, 이별, 질투, 섹스 등의 성의 한 단면 단면들이 화가의 창작에 동기를 부여하고, 또 그 안에 저절로 녹아 있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성이 없으면 예술은 없다”고 결론짓는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각 장마다 마치 실물을 보는 듯 선명한 명화와 함께 주제와 관련한 그림의 특정 부위를 핀포인트해서 보여줌으로써 미술 애호가들에게 감상의 기쁨을 제대로 제공한다는 점이다. 그림에 대한 설명과 성에 대한 해설을 접하고 명화를 감상하면 때론 더 짜릿하고 때론 더 서글퍼진다. 부록에서 그리스 로마 신화의 기본적 상식을 요약해주고, 관계되는 그림들을 모아둔 것은 이 책의 또 다른 친절함이다.

독자가 저자의 손길에 이끌려 명화의 여행을 끝내고 책을 덮고 나면 유럽의 미술관 출구를 나올 때의 기쁨을 느끼거나 아니면 유럽 여행을 떠나고 싶은 욕구에 사로잡힐 것이다. 게다가 성적인 자신감도 생기게 된다고 하면 지나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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