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적이면 차갑다? “오히려 다른 사람과 잘 공감”

상대방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은 원만한 대인관계와 사회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기술이다. 친구와의 우정, 사업 파트너와의 원만한 교섭, 연인과의 깊은 교감 등은 다른 사람의 감정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 같은 공감능력은 분석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일수록 뛰어나다.

‘성격·사회심리학저널(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에 발표된 최신논문에 따르면 다른 사람의 감정에 잘 공감하려면 본능과 직감에 따라야 한다는 일반적인 생각이 있다. 그런데 이번 연구에 따르면 심사숙고하는 태도와 분석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 오히려 본능에 따르는 사람보다 공감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보인다.

미국 하버드대학교와 라베른대학교 공동연구팀은 온라인상에서 실험참가자들을 모집해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실험에 참여토록 했다. 업무에 고군분투하는 부하직원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이 직원에게 분석적인 관점에서 충고를 던질 것인지, 아니면 직관에 따른 충고를 건넬 것인지 물은 것이다.

그 결과, 부하직원이 직면한 문제가 사무적이고 보편적인 문제일 땐 특별히 한 가지 충고방식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지 않았다. 반면 그들의 문제점이 “타인의 감정을 추론하는 능력”과 연관이 있을 땐 분석적인 접근보단 직관에 따른 접근방식으로 충고하겠다는 실험참가자들이 3배 이상 많았다.

실험참가자들이 이처럼 직관에 의존한 충고를 선호하는 것도 어느 정도 일리는 있다. 다른 사람의 감정은 분석과정에 들어서기 전 우리에게 즉각적인 감정반응을 유도한다. 아기가 엄마의 감정표현을 모방하거나 다른 사람의 격한 감정을 목격한 즉시 본능적으로 감정이 달라지는 사례들이 그렇다. 그렇다고 해서 과연 직감과 육감에 따른 충고가 보다 좋은 전략이라고 볼 수 있을까.

연구팀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전문가집단 72명을 대상으로 모의인터뷰를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실험참가자들은 면접관 혹은 면접대상자의 입장에서 그들의 감정과 상대방의 감정을 평가했다. 실험참가자들은 이성적이고 분석적인 기질을 가지고 있는지 평가할 수 있는 인지반응테스트(CRT)도 받았다.

실험 결과, CRT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이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파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이해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이 449명의 실험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 유사한 실험에서도 동일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진 속 인물의 얼굴을 보고 감정을 판단하는 ‘공감검사’와 CRT 결과를 비교하자 분석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이 공감검사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렇다면 왜 분석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 공감능력도 우수한 걸까. 사회·문화적으로는 분석적인 사람은 감정표현에 약하고 다른 사람과 공감대를 잘 형성하지도 못한다는 편견이 있다. 하지만 감정표현은 미묘하고 애매모호하기 때문에 사실상 해석능력이 필요하다. 상대방의 표정이나 언어를 단서로 분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본능과 직관에 따르는 방법보단 냉철하고 분석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보다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다른 사람의 감정에 공감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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