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로맨틱, 남성은 액션영화 내용 잘 기억”

성별을 기준으로 다른 사람을 판단하고 단정 짓는 일은 위험하다. 남성과 여성이란 성별 차이 외에도 각 개인을 구성하는 요인들은 무수히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과학자들이 성별 차이를 지속적으로 연구하는 이유는 호르몬 작용 등 서로 다른 생물학적 특성을 통해 상대방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각 성별에 맞는 보다 효과적인 질병 치료법 등을 찾는 데 있다. 더불어 생물학적 차이가 아닌 사회적 혹은 문화적 규정에 의해 구분되는 지점이 있단 사실에 대한 이해도도 높일 수 있다.

여성과 남성은 기억력에도 차이를 보인다. 이는 생물학적인 차이일까, 아니면 성역할에 기인한 차이일까. 지난 연구에 따르면 여성은 감정적인 자극을 일으키는 내용을 잘 기억하는 반면, 남성은 물리적인 폭력 사건, 자동차 같은 인공물에 대한 특징을 잘 기억하는 편이다. 이 같은 차이는 남성과 여성의 관심사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게 해당 연구의 설명이다.

그런데 최근 독일 도르트문트공과대학교와 뷔페르탈대학교 공동연구팀이 남녀의 기억력 차이에 대한 논문을 발표하고 새로운 논리를 제시했다. 연구팀은 실험참가자들에게 ‘로맨틱 코미디(rom-com)’와 ‘액션(action)’ 영화 클립들을 보여주고 각 영화 장면들을 얼마나 기억할 수 있는지 실험했다.

독일에 거주하는 수백 명의 남학생과 80명의 여학생을 대상으로 각 장르 영화를 30분씩 보도록 했다. 테러리스트와 궁지에 몰린 사람이 등장하는 액션 영화, 가슴 찡한 사랑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 각각 2편씩 보여줬다.

그리고 실험참가자들에게 등장인물의 특징, 줄거리, 사건, 장소 등 영화 속에 등장하는 사소한 부분들을 포함한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더불어 해당 영화가 얼마나 마음에 들었는지에 대해서도 평가하도록 했다.

실험 결과, 남성들은 상대적으로 액션 영화에 대한 회상 능력이 뛰어났고 여성은 로맨틱 영화에 대한 기억력이 우수했다. 성별에 따라 이 같은 차이가 벌어진 이유는 뭘까.

먼저 성별에 따른 관심도와 그에 따른 집중력 차이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을 유추해볼 수 있다. 그런데 분석 결과에 따르면 실험참가자들의 영화에 대한 호감도와 회상 능력 사이에는 뚜렷한 연관성이 없었다. 남성이라고 해서 액션영화, 여성이라고 해서 반드시 로맨틱 영화를 더 좋아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또 다른 가능성이 있을까. 연구팀은 인생을 살면서 각 영화 장르에 얼마나 노출됐는가의 여부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았다. 여성은 로맨틱 코미디에, 남성은 액션에 노출된 빈도가 높기 때문에 각 장르 영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전체적인 줄거리를 짐작하고 다음 장면을 좀 더 쉽게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익숙한 장르의 장면들을 보다 쉽게 머릿속에 저장하고 기억할 수 있단 설명이다.

즉 관심도보단 정보량 차이에서 기인하는 기억력 차이란 추정이다. 이는 마치 바둑 고수가 초보자보다 다음수를 빨리 읽을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응용인지심리학(Applied Cognitive Psychology)저널’에 실렸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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