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불량빈혈 아동, 방사선치료 없는 새 치료법 개발

치명적 희귀질환인 중증 재생불량빈혈을 앓고 있는 소아청소년 환자에게 가족이 아닌 사람의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면 치료효과가 떨어지고, 전신 방사선치료가 요구돼 다양한 합병증에 시달리게 된다. 국내 연구팀이 타인인 공여자의 조혈모세포이식을 할 때 전신 방사선치료를 하지 않고도 성공적으로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했다.

서울의대 소아과 안효섭, 강형진 교수팀은 소아청소년 중증 재생불량빈혈 환자를 대상으로 국내 다기관 비혈연 조혈모세포이식 연구를 시행한 결과, 전신 방사선치료 없이 항암제를 적절히 조합하는 것만으로 90%를 훨씬 웃도는 높은 장기 생존율을 보였다고 16일 밝혔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항암제인 싸이톡산의 용량을 줄이고, 플루다라빈의 용량을 늘렸다. 이를 통해 항암제 독성을 줄이면서 치료 효과를 극대화해 97%의 장기 생존율을 기록했다. 국제 이식등록기관에서 발표한 소아청소년 중증 재생불량빈혈의 비혈연 조혈모세포이식 치료성적은 약 75%이다.

연구팀은 지난 2010년에도 소아청소년 중증 재생불량빈혈 환자에게 전신 방사선치료 없이 항암제 싸이톡산과 플루다라빈을 적절하게 사용해 68%의 조혈모세포이식 생존율을 발표한 바 있다.

중증 재생불량빈혈의 경우 혈연 간 조혈모세포이식을 하면 생존율이 90% 이상으로 좋다. 그러나 가족 간 공여자가 없으면 타인으로부터 조혈모세포를 이식해야 하는데, 이러면 혈연간 이식보다 결과가 나쁘다. 또한 대부분 치료에 전신 방사선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성장장애, 갑상선질환, 백내장과 2차 암의 위험 등 다양한 합병증이 나타난다.

혈액 내 적혈구와 백혈구, 혈소판, 각종 면역세포를 만드는 조혈모세포이식은 고용량 항암제를 쓰거나 전신 방사선치료를 해야 하는 독성이 높은 고위험 고비용 시술이다.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소아청소년 재생불량빈혈에는 전신 방사선치료를 동반한 비혈연 간 조혈모세포이식이 많이 시행됐다.

강 교수는 “방사선치료 없이 항암제만으로도 성공적인 비혈연 조혈모세포이식 결과를 얻어 혈연 공여자가 없는 환자에게 큰 희망이 될 것”이라며 “이 연구는 우리나라 소아청소년 조혈모세포이식이 국제적으로도 높은 수준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대한소아혈액종양학회의 지원으로 시행됐으며, 조혈모세포이식 관련 세계적 권위지인 ‘미국골수이식학회지’ 온라인 최신판에 게재됐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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