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정부 원격의료 총력전, “국회 통과가 관건”

최근 원격의료가 다시 추진 동력을 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원격의료 추진을 연일 강조하면서 정부의 최우선 정책 과제가 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8일 “동네의원 중심으로 원격의료를 활성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의료계와 정치권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지금 국회에 원격의료를 활성화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제출돼 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원격의료 시범사업이 진행중인 충남 서산시 서산효담요양원을 방문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방문규 차관이 9일 해외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추진중인 가천대 길병원을 찾아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 페루의 까예따노병원 및 리마 외곽지역 모자보건센터 3개소와 원격협진시스템을 구축해 오는 11월부터 취약지역에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길병원은 현지에 화상장비 및 모바일 초음파 기기 등을 지원하고, 페루 측 담당자를 초청해 교육 기회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동네병원 등 의료계의 반발 여전

박 대통령이 ‘동네의원 중심으로’라는 말을 앞세운 것은 원격의료에 대한 동네병원들의 반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동네병원들은 “원격의료는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면서 반대하고 있다. 이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대한의사협회도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의사협회는 “원격의료는 안전성 및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원격의료를 국민의 건강 및 생명 보호 차원이 아닌 의료산업화 관점에서 추진하는 것 역시 상당히 우려스러운 발상”이라고 했다. 의협 추무진 회장은 지난 4일 서산효담요양원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 이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

의협은 “정부는 일방적인 원격의료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시범사업을 투명하게 공개해 이에 대한 공식적인 검증절차를 거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현행법에 허용된 의료인-의료인 간의 원격의료 활성화 등을 검토하는 방안이 우선되야 한다”고 했다.

국회 통과가 최대 관건

환자-의사간 본격적인 원격의료는 의료계와 야당, 시민단체가 반대하고 있다. 원격의료법(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본사업으로 진입할 수 있기 때문에 우선 국회 문턱부터 넘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지난 5일 “원격의료는 의료영리화의 첫걸음이고 동네 병의원 등 1차 의료기관의 붕괴를 야기한다”면서 “원격의료 확대에 대한 반대 입장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의사 출신인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도 19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으로 원격의료를 반대했다.

두 야당이 모두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격의료법이 여야 합의 없이 국회 문턱을 넘는 것은 어려울 전망이다. 박 대통령까지 나서 정치권의 협조를 당부한 것은 여소야대 국회에서 의료법 개정안 통과가 쉽지 않은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대 국회 때 원격의료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국회를 지속적으로 설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간이 없다” 정부는 속도전

정부는 원격의료 추진을 위해 치열한 홍보전을 펼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정부가 추진하려는 원격의료는 1차 의료기관인 동네의원이 중심”이라며 “이는 의료법 개정안에 명시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대면진료를 의무화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하고 있어 원격의료는 대면진료 사이에 하거나 응급상황에서 의사가 적시에 판단을 내리도록 지원하는 보완적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건강보험을 배제하는 의료영리화와도 무관하다고 강조한다. 정부는 당연지정제 유지, 의료보장성 확대 등 건강보험 제도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이며, 원격의료도 건강보험 안에서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9대 국회에서 폐기됐던 원격의료 허용 의료법 개정안을 이번 20대 국회에 다시 제출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를 위해 노인요양시설에서 시행중인 원격의료 시범사업 참여기관을 크게 늘리고, 도서벽지 지역 원격의료도 확대하기로 했다. 이달부터 사업설명회 등을 통해 노인요양시설 원격의료 시범사업 참여기관을 모집할 계획이다.

정부는 “우리가 세계적 수준의 정보통신기술(ICT)을 가지고도 원격의료만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면서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이나 멀리 떨어진 도서벽지 주민 등이 의료기관을 방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게 원격의료 도입 취지”라고 했다. 또한 원격의료는 최고 수준의 의료 인력과 기술을 바탕으로 창출되는 새로운 해외진출 분야이자 미래 먹거리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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