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 과잉검진 논란에 애꿎은 암환자 속출

큰 병 한 번 앓은 적 없이 건강했던 박모(46. 여)씨. 어느 날 오른쪽 목에서 덩어리 같은 것이 만져졌고, 계속 자라는 느낌이 들었다. 갑상선암일까 덜컥 겁이 났지만, 그는 병원행을 주저했다. ‘갑상선암은 크기가 작으면 검사하거나 수술할 필요도 없는데, 괜히 수술했다가 평생 호르몬약을 먹고 부작용에 시달리고 싶으냐’는 지인들의 말에 오히려 안도했다.

최근 들어 덩어리가 많이 커지자 박씨는 결국 대학병원을 찾았다. 겉으로 만져 봐도 가로 7cm, 세로 8cm 크기의 단단한 타원형 덩어리로 자랐다. 목에서 만져진 지 1년 만이었다. 초음파에서 미세석회화가 동반된 부위에 암을 시사하는 1.1cm의 저에코 결절이 보였고, 여러 림프절이 뭉쳐 낭포처럼 나타났다. 세침흡인을 통해 조직을 검사해보니 림프절까지 전이된 암이었다. 컴퓨터단층촬영(CT)에서 확인된 목 바깥쪽 전이 림프절은 10cm나 될 만큼 거대했다.

갑상선암 과잉검진 논란의 파편이 엉뚱하게 튀고 있다. 증상이 없다면 굳이 검사나 수술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박씨처럼 병을 키우는 애꿎은 환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몇 년 새 갑상선암 과잉검진 관련 보도가 잇따르면서 갑상선암으로 진단된 환자들까지 수술 자체를 불필요하다고 오인해 거부하는 웃지 못 할 진풍경도 진료실에서 벌어지고 있다.

과잉검진과 과잉수술 이슈로 국내 갑상선암 수술 건수는 최근 급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분석한 한 조사를 보면 지난 2014년 4월부터 1년간 갑상선암 수술 건수는 2만8000여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5% 정도 줄었다. 문제는 이와 동시에 진행성 암 환자도 늘고 있다는 데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수술시기를 놓치면서 림프절로 암이 전이돼 수술이 커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박해린 강남차병원 외과 교수는 “관찰조차 하지 않는 환자들 때문에 진행성 암으로 전이된 경우가 많다”며 “최근 진행성 암 환자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조기 암 진단을 하지 말라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했다.

갑상선암 과잉검진 논란은 지난 2014년에 일부 의사들이 연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이들은 기형적으로 높은 국내 갑상선암 증가의 원인이 과다검진에 있다고 주장하고, 갑상선 초음파 검진을 중단해야 한다며 공개서한을 발표해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지난해 국립암센터가 일반인이 원하지 않는다면 무증상 성인에게 갑상선 초음파 검진을 권고하지 않는다는 지침을 내면서 이러한 논란은 증폭됐다.

임상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권형주 이대목동병원 외과 교수는 “갑상선암 검진이 아예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며 “사망률이 거의 제로에 가깝지만, 초음파 진단이 보편화되기 전인 1980~1990년대에는 사망률이 높았다. 조기 진단과 치료가 생존율 확보에 큰 도움을 준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세계적으로 갑상선암 크기와 수술 시기를 둘러싼 관심은 높다. 지난해 미국갑상선학회가 1cm 미만 갑상선암에 대해 세침흡인검사를 하지 말라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내놨지만, 여기에는 미국의 의료비 문제 등이 반영돼 국내 상황과 맞지 않다는 의견이 비등하다.

신동엽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초음파검사만 하기보다 악성이 의심되면 세침흡인검사를 통해 세포학적 정보를 함께 고려하는 것이 이후의 치료 계획을 결정하는데 훨씬 유리할 수 있다”며 “1cm라는 크기 기준을 기계적으로 적용하기보다 환자의 임상적인 상황이나 초음파 소견 등을 고려해 세침흡인검사의 시행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갑상선암은 발병하더라도 진행이 느리고, 예후가 좋아 ‘거북이 암’이나 ‘착한 암’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모든 갑상선암이 착하진 않다. 대부분의 갑상선암은 특별한 증상이 없는데, 내버려두면 위험하긴 다름 암과 마찬가지다. 비교적 예후가 좋은 편인 갑상선 유두암도 조기 발견하면 생존율이 100%에 가깝지만, 4기에 발견하면 생존율이 50%까지 떨어진다.

크기가 작으면, 무조건 수술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오해다. 미세한 암이라도 종양이 신경 가까이에 붙어 있거나 임파선 전이 등이 있으면 전문의와 상담해 수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박해린 교수는 “0.6~1cm 사이의 갑상선암은 형태나 종류, 예후 등을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해 수술을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내외 갑상선 전문의들은 종양의 크기가 작다고 무조건 수술을 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다만, 조기 진단으로 인해 갑상선암의 진단 시기가 다양해진 만큼 구체적인 수술 범위와 방법 등에 대해서는 예전보다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고, 이에 따라 수술 이후의 추가적인 치료 과정에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신동엽 교수는 “갑상선 전절제술을 시행하는 종양의 크기 기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고, 또 갑상선암의 재발이나 전이 등과 관련된 위험 요인에는 크기뿐 아니라 조직병리학적인 형태, 유전자변이 등 복잡한 특성들이 관여하기 때문에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술 범위와 치료 강도를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배민철 기자 mcbae2000@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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