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장애 있으면, “내가 두렵다”(연구)

원치 않는 생각이나 이미지가 불현 듯 떠오를 때가 있다. 이럴 땐 불쾌한 기분이 들고 이 같은 생각을 떨쳐버리고 싶어진다. 하지만 강박장애 진단을 받은 사람은 이 같은 생각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충동에 그치지 않는다. 이러한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고통이 따른다.

최근 ‘임상심리학과 심리치료(Clinical Psychology and Psychotherapy)’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강박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갑자기 든 이상한 생각이 자기 자신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가령 잔인한 생각을 했다면 본인이 잔인한 범죄를 저지를 것이라는 두려움에 휩싸이게 된다는 것이다.

보통 평범한 사람들은 본인이 누군가에게 물리적인 폭행을 가하는 생각이 떠올랐다고 해서 실제로 다른 사람에게 폭력을 가할 것이란 생각까지 하진 않는다. 단지 기분이 불쾌하고 나쁜 정도에 그친다. 또 이 같은 생각은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망각하게 된다.

반면 강박장애가 있는 사람은 이런 이미지가 떠오르면 본인이 누군가를 해칠 수 있는 위험한 사람이라는 두려움에 빠진다. 실제론 현실 가능성 없는 이야기라 할지라도 지속적으로 이런 생각에 집착하고 함몰하게 된다.

연구팀은 강박장애 진단을 받은 실험참가자 76명을 모집해 이들을 대상으로 강박장애, 불안감, 우울증, 두려움 정도를 측정하는 인터뷰 조사를 진행했다. 두려움을 평가하는 방법은 “내가 폭력적이고 미친 듯 화를 잘 내는 사람이 될까봐 두렵다”거나 “나는 내가 좋은 사람인지 종종 의구심이 든다”와 같은 문장에 동의하는지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불안감, 우울감, 일반적인 강박적 믿음(가령 충동적인 생각을 하는 것은 실행으로 옮기는 것만큼이나 나쁜 일이라는 생각)을 제외한 상태에서도 연구팀은 강박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제어해야 한다는 점을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번 연구는 소규모로 진행됐다는 한계점이 있지만 연구팀은 임상적으로 중요한 관점을 제시한다고 주장했다. 강박장애가 있는 환자에게 그들이 집착하는 생각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는 점을 유추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본인에 대한 두려운 감정이 실제 그들의 모습을 반영한 게 아니라는 사고를 심어주는 게 강박장애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방안으로 보았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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