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건강은 환경보다 유전자 (연구)

90세를 넘기는 장수 인구가 증가하는 추세다. 그런데 오랜 산다해도 질병과 통증에 시달린다면 인간다운 삶을 살기 어렵다. 90세를 넘어서면 건강한 여생을 보내기 어려운 걸까. 최근 연구에 따르면 특정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90대에도 특별히 아프지 않은 상태에서 건강하게 보낼 수 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미국 알버트 아인슈타인 의과대학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평균 수명은 그 어느 때보다 길다. 하지만 ‘건강수명’도 이와 보조를 맞춰 동일하게 연장된 건 아니다. 수명이 길어졌다고 해서 건강한 생활을 하는 기간도 늘어난 건 아니라는 의미다. 오히려 수명이 연장되면서 만성질환과 장애에 시달리는 기간이 늘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평균 수명을 넘어 장수하면서도 몸이 아프거나 장애가 나타나는 기간이 짧은 사람들이 있다. 이들의 비결은 뭘까.

연구팀은 선행논문 두 편을 대상으로 메타분석을 시도했다. 논문 한 편은 95세까지 남의 도움 없이 자립적인 생활이 가능한 아슈케나지 유대인들을 대상으로 한 장수 유전자 연구다. 그리고 또 다른 논문 한 편은 영국, 아일랜드, 호주, 뉴질랜드, 미국 등에 거주하는 100세 이상 노인에 대한 연구다.

첫 번째 논문은 95세까지 건강하게 산 집단 439명과 그보다 젊은 연령대인 53~93세까지 건강하게 산 연령층 집단 696명의 자료가 담겨있다. 또 두 번째 논문에는 100세 이상 노인 1498명과 그보다 젊은 연령층인 49~89세 302명의 비교 자료가 실려 있다.

연구팀은 실험참가자들에게 암, 심장질환, 당뇨, 고혈압, 뇌졸중, 골다공증 등이 나타나기 시작한 연령을 추적했다. 그리고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장수한 사람들이 그보다 짧게 산 사람들보다 건강수명 역시 긴 것으로 나타났다.

죽음에 이를 때까지 질병에 시달린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았다는 것이다. 가령 암을 기준으로 했을 때 첫 번째 논문에서는 95세까지 건강하게 산 집단의 암 유병률이 20%에 이른 연령대는 평균 96세였던 반면, 건강수명이 좀 더 짧았던 집단은 남성은 78세, 여성이 74세일 때 암 유병률이 20%에 달했다.

두 번째 논문 분석 결과도 유사했다. 암 유병률이 20%에 달한 시기가 100세 인구에서는 남성 97세, 여성 99세였던 반면, 그보다 젊은 층은 남성 67세, 여성 74에 암 유별륭 20%에 도달했다.

수명이 늘어난다는 건 그 만큼 병상에 누워 지내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의미로 생각돼 왔는데, 이번 연구 분석을 통해 볼 땐 오히려 장수하는 사람들이 건강하게 생활하는 기간도 길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그 비결은 무엇일까. 연구팀은 유전적 요인이 주된 원인일 것으로 보고 있다. 노화를 늦추고 질병을 예방하는데 기여하는 유전자가 있다는 것이다. 환경적 요인보다는 유전적 영향이 훨씬 크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 결과다. 건강하게 장수한 남성의 60%, 여성의 30%가 흡연자였다는 점, 50% 가량이 과체중 혹은 비만이었다는 점 등에서 이런 해석이 가능하다. 이번 연구는 ‘미국노인의학회저널(Journal of the American Geriatrics Society)’에 실렸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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