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하면 왜 통쾌하면서도 씁쓸할까

 

복수심은 단순하고 명쾌한 감정이 아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앙갚음은 상반된 서로 다른 감정을 수반한다. 원수를 갚았다는 사실에 대한 깊은 만족감과 더불어 불쾌하고 언짢은 기분이 공존하게 된다는 것이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교 뇌과학 연구팀이 최근 복수는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감정을 함께 표출시킨다는 점을 확인했다.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감정이라는 것이다. 벌을 받아 마땅한 사람에게 처벌을 가했다는 점에선 긍정적인 감정이 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무고하게 희생된 사람들이 상기되는 등의 이유로 부정적인 감정도 든다는 설명이다.

국제학술지 ‘생물학저널(Journal Biology Letters)’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나쁜 사람에게 벌을 가하는 이유는 복수에 대한 열망보다 공정성 실현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복수를 감행한 이후 느끼는 감정은 대체로 부정적이라는 연구보고도 있다.

그런데 이번 연구팀은 복수의 감정이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보다 강조했다. 복수 이후 부정적인 감정이 들긴 하지만 달콤한 만족감 역시 느끼기 때문에 복수를 감행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미국국립과학원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실린 또 다른 선행 연구에 따르면 심지어 어린 아이들조차 잘못된 일은 그에 상응하는 벌이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 만큼 복수심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정서라는 것이다.

이번 연구팀은 복수심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확인하기 위해 실험참가자 200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참가자들은 미국 특수부대에 의해 사살된 빈 라덴 기사의 헤드라인 “정의는 실현됐다”라는 문장을 읽었다. 그리고 그들이 느끼는 일시적인 감정과 오랫동안 지속되는 기분에 대해 표현했다. 슬픔, 분노, 짜증, 행복 등 25가지의 표현 중 자신의 감정을 택하는 언어학적 분석 방식이 적용됐다.

실험 결과, 빈 라덴 사망 뉴스를 읽은 실험참가자들은 일시적으론 긍정적인 감정 상태를 보였지만, 보다 전반적이고 장기적인 차원에선 부정적인 기분을 보였다.

복수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은 나쁜 사람을 처벌하고 잘못된 것을 올바른 방향으로 되돌릴 수 있었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보다 장기적으로 나쁜 기분이 드는 이유는 복수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무고한 희생자들이 발생했다는 상황 등이 상기되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대갚음은 일시적으론 높은 만족감을 주지만 장기적으로는 씁쓸한 기분을 남긴다는 설명이다. 단 이 같은 부정적인 감정 때문에 복수를 감행해선 안 된다는 논리가 성립하는 건 아니다. 나쁜 사람에게 처벌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을 때 드는 심리상태는 이번 연구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실험사회심리학(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저널’에 실렸다.

문세영 기자 pomy80@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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