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환자 혈관 치료 기대, “신호전달 이상”

 

당뇨병으로 생기는 다양한 혈관합병증의 원인이 혈관세포 사이의 신호전달체계 이상 때문이라는 새로운 사실을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규명해냈다. 지금까지 세계적 연구 경향은 당뇨병이 개별 혈관세포 안에서 일으키는 변화에만 집중돼 개별 혈관세포들의 사멸이 당뇨혈관합병증의 주된 원인으로 여겨져 왔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김효수 교수를 단장으로 한 보건복지부 지정 선도형 세포치료연구사업단은 당뇨병 쥐에서 혈관합병증이 발생해도 혈관세포의 사멸이 두드러지지 않은 현상에 주목해 다른 발생 원인을 지난 5년간 탐색한 끝에 혈관세포들 사이의 신호전달체계가 교란되면서 당뇨혈관합병증이 발생하는 새로운 현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당뇨병이 발생하면 재기드-원(Jagged1)이라는 분자의 발현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혈관세포의 표면에 존재하는 재기드-원은 주변 혈관세포의 표면에 있는 노취(Notch) 분자와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혈관이 안정적으로 제 기능을 하도록 돕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간 당뇨병에서 재기드-원 분자의 역할은 알려져 있지 않았다.

연구팀에 따르면 당뇨병이 생기면 재기드-원 분자의 발현양이 증가해 노취 분자의 기능을 억제하고, 이로 인해 혈관 안정성이 떨어졌다. 혈관세포의 안정성이 무너지면서 혈관이 위축되고, 소멸돼 당뇨혈관합병증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로 당뇨혈관합병증의 예방과 신약 개발의 가능성이 제시됐다. 연구팀은 재기드-원 분자를 인위적으로 감소시키면 당뇨혈관합병증을 정상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당뇨 쥐 모델에서 증명했다. 연구팀은 “당뇨망막병, 당뇨콩팥병, 당뇨심근병, 당뇨발, 말초혈관질환의 병태 생리를 이해하는 데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여 향후 당뇨혈관병 치료의 새 지평을 열 수 있는 연구결과”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당뇨병 환자의 혈관합병증은 치료하기 어렵고, 치료해도 재발이 잦아 결과가 좋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혈관합병증의 발생과 악화 원인을 잘 몰라 혈당을 조절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연구를 총 지휘한 김효수 교수는 “향후 사업단에서는 당뇨병환자의 혈관 이상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새 치료법 개발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이번 연구는 세계 최고 권위의 심장혈관 전문 학술지인 ‘써큘레이션’ 온라인판에 지난 12일 실렸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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