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방광내시경, 연성 내시경으로 만족도 개선

 

방광내시경으로 요도와 전립선, 방광의 이상 여부를 검사하는데 채 5분도 걸리지 않지만, 남성 환자에게는 이 시간이 영겁처럼 느껴질 수 있다. 요도가 짧은 여성과 달리 남성의 요도는 길고 굴곡져 내시경을 삽입했을 때 고통스럽고 통증이 뒤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광학 기술의 발달로 최근엔 굵고 딱딱한 경성 스코프(scope) 대신 유연하게 휘는 연성 스코프를 장착한 방광내시경이 개발돼 실제 검사와 치료에서 환자의 고통을 크게 줄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제 학술지 ‘비뇨기과학(Urology)’에 실린 ‘연성 방광내시경과 경성 방광내시경 검진 시 남성의 고통 지각에 대한 다기관 연구’ 논문을 보면 경성 방광내시경으로 검사받은 사람의 24%가 전혀 고통을 느끼지 않았다고 답한 반면, 연성 방광내시경 수검자의 경우 배 이상 많은 58.7%가 고통을 느끼지 않았다고 답했다.

가볍거나 중등도의 통증을 느꼈다는 환자도 경성 방광내시경이 72.7%로 40.5%인 연성 방광내시경보다 배 가까이 많았고, 중증 통증에서는 경성 방광내시경 3.3%, 연성 방광내시경 1.3%로 두 그룹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다.

오스트리아 등지에서 진행된 이 연구는 남성 환자 150명을 대상으로 경성 방광내시경과 연성 방광내시경 검진 시 고통의 강도를 0~10까지 11개 척도로 측정해 결과를 전혀 없음(0), 경증도(1~3), 중등도(4~6), 중증도(7~10)의 네 단계로 나누었다. 고통 측정은 방광내시경 검진 전과 검사 도중, 검사 후 1.4.7일 후 진행됐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남성의 경우 연성 방광내시경 검진이 경성 방광내시경 검진보다 고통을 덜 유발했다”며 “검진 경험의 유무는 고통을 지각하는 데 영향을 안 미쳤고, 내시경 종류가 고통을 좌우하는 독립적 위험요소”라고 했다.

국내에서 진행된 연구에서도 요관 스텐트를 제거할 때 연성 방광내시경 사용이 경성 방광내시경 사용보다 고통을 줄이고, 수술 만족도를 크게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로결석 제거수술을 받을 때 삽입된 요관 스텐트는 요관의 내강을 보존하기 위해 일정 기간 유지된 뒤 방광내시경으로 제거해야 한다.

이 연구는 전북의대와 서울의대, 국군수도병원 합동연구팀이 지난 2013년 5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요관 스텐트 제거술을 받은 환자 104명을 경성 방광내시경과 연성 방광내시경으로 수술한 두 개 그룹으로 나눠 고통 지각을 고통 없음에서 중증도 고통(0~10)까지 11개 척도, 수술 만족도를 매우 만족하지 않음에서 매우 만족까지(1~5) 5개 척도로 측정한 결과이다.

연구 결과를 보면 연성 내시경으로 수술 받은 환자의 고통 강도는 4.11로 경성 내시경 환자(8.34)의 절반 이하로 낮았고, 수술 만족도 역시 연성 내시경 환자가 4.03으로 경성 내시경 환자(1.88)보다 배 이상 높았다. 두 그룹 환자들의 연령 차이는 없었고, 스텐트 삽입 일수나 스텐트 제거를 위한 절차 소요시간도 큰 차이가 없었다.

국내에는 협대역 화상 강화(NBI) 기술을 적용한 최신 연성 방광내시경이 도입된 상태이다. 지난해 미국 FDA의 허가를 받은 올림푸스의 연성 방광내시경인 ‘CYF-VH’는 세계 최초로 HD 화질의 영상을 제공하고, 선단부 조명이 옛 모델보다 150% 밝아 선명하게 병변을 관찰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스코프 시야각도 120도에 이른다.

특히 이 내시경에 적용된 NBI 기술은 암의 영양 보급로인 점막표층의 모세혈관과 점막 미세패턴 등을 색조의 차이로 강조해 표시해줌으로써 백색광에서는 확인하기 어려운 조직과 미세병변을 효과적으로 식별할 수 있다. FDA가 검토한 연구에 따르면 NBI 기술이 적용된 연성 방광내시경으로 검사했을 때 백색광 내시경보다 비근육 침윤성 방광암 병변 발견율은 17%, 추가 종양 발견율은 24%, 추가 상피내암 발견율은 28% 더 높았다.

올림푸스한국측은 “방광내시경은 진단뿐 아니라 생체 검사, 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다양한 처치구와도 함께 사용할 수 있다”며 “지혈이나 조직, 장기 등의 고정을 돕는 집게는 물론 다양한 각도로 회전이 가능한 의료용 집게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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