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위해 겸손은 그만, “목을 도도하게 들어라”

옛날 우리 조상들은 머리 조아리는 것을 좋은 습관으로 여겼던 시절이 있었다. 신하는 임금 앞에서, 며느리는 시어머니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 머리를 숙이는 것이 겸양의 상징처럼 되면서 목을 도도하게 들고 다니면 ‘건방지다’는 말을 들을 수도 있다. 하지만 목 건강을 위해서는 이제 목을 펴야 한다.

우리의 목은 혹사당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목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직장인이나 학생들은 오랫동안 책상에 앉아 머리를 숙이고 있다가 쉬는 시간에도 고개를 들지 않는다. 휴식이 스마트폰 검색인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주부들도 마찬가지다. 싱크대서 아래만 쳐다보고 일하다 다시 휴대폰을 들여다본다.

경희대병원 재활의학과 이종하 교수는 “목을 도도하게 들고 다니라”고 강조한다. 그는 외래 진찰을 받은 한 대학생을 잊지 못한다. 그 학생은 목이 아플 뿐 아니라 손까지 저리다고 했다. 목을 심하게 앞으로 굽힌 자세였다.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결과 경추(목뼈 ) 3,4번 디스크가 심하게 돌출돼 있었다. 이종하 교수는 그 학생에게 공부할 때는 무조건 목 칼라(토마스 칼라)를 차게 하고, 평소에는 도도하게 목을 들고 다니게 했다. 그러기를 두 달, X선을 다시 찍었더니 놀랍게도 척추가 아름다운 정상곡선을 회복해 있었다.

목 건강은 평소 생활습관과 깊은 관련이 있다. 한 여성 환자는 높은 베개를 베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다고 했다. 그녀의 턱은 목뼈에 연접해 있었고 활 모양으로 굽어야 하는 목뼈의 모양은 사라지고 굽어 있었다. 목운동을 시켜본 결과 목을 뒤로 펴는 것을 어색해 했다. 이종하 교수는 그녀에게 베개를 점차 낮게 베고, 목 운동을 하도록 권했다.

사람의 목뼈는 7개가 있으며 이 중 목 디스크가 가장 잘 생기는 부위는 제5, 6경추 사이, 제6, 7경추 사이다. 이 부위는 목을 구부렸다 폈다 할 때 운동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곳이다. 태어나서는 수핵의 85%가 수분으로 구성돼 있으나 성인이 되면 자연적인 생리현상으로 물기가 빠져 수분이 65%로 줄어든다. 이때 목을 심하게 구부리거나 압력을 받으면 수액이 섬유륜을 뚫고 나와서 그 근처를 지나는 신경을 누르게 된다, 이때 목 디스크가 발생하는 것이다.

자세가 나쁜 환자의 MRI 진단 결과를 보면 나이에 관계없이 디스크 변성이나 디스크 탈출로 인한 신경압박인 경우가 많다. 이런 사람들은 대개 뒷목, 어깨, 양 견갑골 사이에 심한 통증과 불쾌감을 호소한다. 환자에 따라 눈이 침침해지기도 하며 불면증, 신경질이 생기고 전신 피로와 의욕저하를 느낀다. 이런 환자는 근골격계 질환을 가진 것으로 분류될 수 있다. 근막통 증후군, 디스크 돌출증, 경추 신경근증, 후관절 증후군, 척수병증, 긴장성 두통, 턱관절 증후군…. 직장인들이 많이 호소하는 모니터 증후군도 이런 질환의 아류다.

목 건강을 위해서는 우선 목을 들고 가슴을 편 자세에 익숙해져야 한다. 조금만 방심하면 고개를 굽히는 자세로 돌아가므로 주위의 도움을 구해야 한다. 직업상 목을 숙일 때가 많다면 목 칼라를 구입해 일할 때 착용하는 것도 좋다.

목운동도 중요하다. 양손으로 깍지를 끼고 양팔을 머리 위로 뻗어 스트레칭하고, 한손으로 머리를 잡고 목을 뒤로 펴고, 좌회전, 우회전한다. 목에 약간 통증이 느껴질 때까지 천천히 부드럽게 한다. 스트레칭은 목에 불편감이 생길 때마다 수시로 해주는 게 좋다. 이종하 교수는 “목이 불편해도 인체의 적응력 탓에 치료시기를 놓치기 쉽다”면서 “부적절한 목의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면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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