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침, 절개… 고통스런 폐암 진단검사 개선

 

지금까지의 폐암 진단 방식은 환자에게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긴 바늘로 찔러서 폐 속 암세포를 추출하거나 절개술로 아예 가슴을 열어야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폐 깊숙이 자리 잡은 암 세포는 이러한 검사로 진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 또한 검사 과정에서 폐 조직이 크게 손상되거나 폐에 구멍이 생겨 늑막강 안에 공기나 가스가 고이는 기흉 등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도 높다.

폐암 진단의 한계를 극복하고, 환자 고통을 획기적으로 줄인 최신 폐암 진단 검사법이 국내 도입돼 최근 성공적으로 시행돼 주목받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흉부외과 전상훈(병원장), 조석기 교수와 호흡기내과 윤호일 교수로 구성된 폐암팀은 환자의 입으로 들어가는 기관지경으로 폐암을 진단하는 데 성공해 안전하고 더 정확하게 진단하면서도 환자의 고통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고 13일 밝혔다.

이 검사법은 전자기유도 방식의 네비게이션 기관지경술(ENB, Electromagnetic Navigation Bronchoscopy)로 미국에서 처음 개발돼 시행된 지 1년 반밖에 안 된 최신 의학기술이다. 폐 내부로 직접 접근할 수 있어 정확한 위치에서 조직을 추출할 수 있으면서도 안전성은 높여 기존 검사법의 한계를 넘어섰다. 특히 환자의 고통까지 크게 줄일 수 있어 폐암 진단의 새로운 희망으로 각광받고 있다.

ENB 검사 방식은 이렇다. CT를 통해 확보한 영상 정보를 바탕으로 환자의 폐를 3차원 지도로 구성한 네비게이션 프로그램이 암 세포가 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부위에 카테터가 최적, 최단 경로로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때 전자기유도 패드와 위성 역할을 하는 센서 패치가 GPS처럼 정확한 위치를 따라갈 수 있도록 카테터를 추적한다. 좁은 폐기도에 도달해야 할 때에는 카테터 속에서 미세 카테터가 나와 목적지까지 직접 접근할 수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ENB 검사는 2cm 이상 크기의 병변에서 100%, 2cm 이하에서도 87%의 진단율을 보였고, 기흉 등의 부작용도 세침검사의 1/10 수준에 불과해 효과와 안전을 모두 입증했다. 윤호일 교수는 “폐암 진단을 위한 검사에서부터 큰 고통을 겪고 나서 정작 암 치료에 소극적이 되거나, 심지어 치료를 포기하려는 환자도 있는 것을 보고 새 검사법의 도임을 미룰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현재 폐암 진단 검사에 활용중인 ENB는 향후 폐암의 치료기술로도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기관지경으로 암세포가 있는 병변에 염색 마커를 삽입해 암을 치료할 때 종양이 있는 정확한 위치에 방사선이 조사될 수 있도록 하거나, 절제 부위를 명확히 하는 데 사용하는 등 수술 시 의료진의 판단을 돕는 도구로 활용 가능할 전망이다.

이 검사법을 발견하고 국내 도입을 결정한 전상훈 원장은 “환자의 안전을 확보하고 고통을 줄이기 위한 신기술 도입에 자원과 역량을 아끼지 않고 있다”며 “이번에 도입된 ENB 검사뿐만 아니라 다른 최신 의학기술의 혜택도 국민께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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