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위적인 실체, 누드에 투영되다

이재길의 누드여행(35)

마를로 브로에크만스(Marlo Broekmans, 1953~ , 네덜란드)

전위적 사진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던 20세기 중반, 남미에서 건너와 네덜란드에서 본격적인 사진 활동을 하던 다이아나 블로크는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감성의 누드사진을 선보이면서 세계적인 이목을 끌었다. 다이아나 블로크. 그렇다. 지난 번 소개한 문제의 여성 사진작가다. 블로크의 누드사진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강렬한 예술성을 보이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했다. 그런데, 이런 상상하기 힘든 독특한 표현들로 자신만의 사진화법을 구사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작업 파트너인 네덜란드 출신 사진가 마를로 브로에크만스(Marlo Broekmans)를 만났기 때문이었다.

마를로 브로에크만스. 그녀는 블로크가 창작을 둘러싼 고통의 한가운데에서 허우적거릴 때 위로와 영감이 되어주곤 했다. 두 여성은 서로의 누드모델이 되어 여체의 부드러운 미(美)를 지니고 사진에 등장하는 바로 그 주인공이 되고는 했다. 두 사진가가 예술가적 고통과 번뇌, 그리고 고독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서로의 여체에 내재된 감동의 실체들을 직접 보고 듣고 경험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브로에크만스는 블로크의 든든한 후원자였지만, 동시에 그 어떤 예술세계와도 차원이 다른 독보적인 작품세계를 보여주었다. 그녀는 단순히 여체의 조형성을 강조하지 않았다. 대신 내면의 응어리진 형체들을 담아내기 위한 표현을 강조했다. 한 장의 누드사진에 투영되는 존재에 얽힌 진솔한 이야기들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표현해냈던 것이다.

그녀에게 누드란 여성의 완벽한 존재성을 상징했다. 브로에크만스는 직설적인 사진화법을 통해 여체의 아름다움과 동시에 에로티시즘의 진수를 표현했다. 문어, 그리고 나뭇가지를 보아라! 이런 오브제와의 알몸이 빚어내는 기묘한 어울림은 여체를 향한 무한 상상력을 촉발하기에 충분하다. 카프카의 소설 『변신』에 등장하는 거미처럼, 그녀의 손에서 꿈틀대는 문어는 살아 숨쉬는 것만 같은 인격체로 승화되면서 우리의 성적 호기심을 자극한다.[사진1]

브로에크만스에게 사진이란 여체의 환상을 담아내는 언어다. 찰나 속에 붙잡힌 몸의 작은 움직임은 섹슈얼리티의 극치다. 여체의 움직임을 통해 그녀는 누드에 깃든 신비로운 이야기를 토로하고 있다.

 

누드를 통해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에는 현실엔 존재하기 힘든 이상적 실체들이 존재한다. 이는 누드를 통해 풍겨나는 숭고함을 통해 진솔한 내면이 투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압도적인 조명기법은 내면의 깊은 감성과 일체화되면서 여체의 아우라(Aura)를 담아내고 있다. 이런 그녀만의 표현방식은 관념도 넘고 관능도 넘어 강렬한 존재성을 나타내는 것이다.[사진2] [사진3]

브로에크만스의 사진이 여전히 신비로운 힘을 지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한 장의 사진 위로 잔잔하게 전해지는 여인의 고운 숨소리가 우리 귓가에 맴도는 듯하다. 경험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다. 보이지 않아도 볼 수 있다. 그녀의 사진 속 누드는 우리의 상상 속 그대로의 모습이다.

※ 이재길의 누드여행 이전 시리즈 보기

(34) 자연과 누드의 조화, 무한 상상의 에로스를 열다

(33) 여체의 숨 막히는 광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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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 댓글
  1. 이정원

    저도 여성의 누드를 사진으로 찍고 싶습니다.하지만 사진기가 없고 자신의 알몸을 보여줄 여성도 주위에 없습니다.

  2. 이정원

    저도 여성의 누드를 사진으로 찍고 싶습니다. 하지만 나에겐 사진기가 없고 자신의 알몸을 보여줄 여성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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