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진료 중단하는 병의원 갈수록 늘어, 왜?

 

정부가 강력한 금연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정부와 금연치료에 참여하는 금연클리닉 간의 온도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금연치료비용 청구방식이 복잡하고, 진료에 들이는 시간에 비해 수가가 낮아 일부에서는 금연치료 환자를 기피하는 현상마저 불거지고 있어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부의 초기 금연정책은 담뱃값 인상, 금연지원서비스 지원 확대 등에 힘입어 효과를 보인게 사실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5년 성인남성 흡연율은 39.3%로, 2014년 대비 3.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2015년에는 정부가 금연 진료 비용의 일부를 지원했다”며 “2016년부터는 진료비와 약값을 전액 지원하고 있어 흡연율은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고 말했다.

금연 진료는 일반적으로 12주간 6회씩 상담과 함께 40만원 상당의 금연보조제를 처방한다. 보건복지부의 조사 결과 금연클리닉을 운영하는 병의원 수는 2015년 5월 기준 약 9800개, 올해 5월에는 약 11400개로 늘었으나 진료현장에서 느끼는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금연진료는 아직 건강보험 급여 대상이 아니어서 별도의 청구프로그램을 거쳐야 한다. 이런 복잡한 절차 탓에 금연진료를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 에이치플러스양지병원 금연클리닉 유태호 과장은 “금연치료에 관심을 보이던 주변 의료진 중 80~85%는 현재 금연진료를 중단한 상태”라며 “시간 대비 진료 효율이 떨어진다는 판단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금연클리닉이 정부의 지원을 받으려면 병원 처방 프로그램 외에 별도로 정부가 구성한 프로그램에 접속한 다음 환자와의 상담내역, 처방, 예약일정 등을 기입해야 한다. 일반 개원가가 금연 환자를 꺼리는 이유다. 처방 및 진료 과정이 복잡해 일부 개원가에서는 금연 치료 진료를 기피하는 경향까지 보인다.

반면에 금연 상담비는 일반 환자에 비해 적어 의료진의 고충은 더욱 가중된다. 금연 상담비는 초진은 2만 3천원, 재진은 1만 5천원 가량 지원되는데, 시간 대비 비용 부담이 만만치않다는 의견이 많다. 일반 환자 한 명당 걸리는 상담 시간은 3~5분인 반면, 금연 환자에게 소요되는 시간은 최소 20~30분이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대진 교수는 “금연 진료는 마약 중독 치료와 같이 고차원적인 중독 치료에 속한다”며 “전반적인 흡연 패턴, 생활 습관 등을 파악해야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했다. 충분한 상담시간이 확보돼야 효과적인 금연진료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환자와 진료시간이 늘어나는데 비해 병원 이익은 줄어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금연클리닉의 어려움을 덜 수 있는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료계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나 큰 반응은 없는 상태다. 지난해 하반기 금연치료제를 급여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병원 자체 처방프로그램에 연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진료 시간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아직 금연치료제는 비급여화 상태이고 연계 프로그램도 개발되지 않고 있다. 금연클리닉을 운영 중인 한 의료진은 “병원마다 처방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연계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의견은 현실성 없는 대처”라고 했다. 유태호 과장은 “금연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 병원 중 분당서울대학교병원만이 자체 전산팀을 이용, 연계된 프로그램을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며 “금연치료에 필요한 진료시간을 감안해 진료비를 다시 측정하거나 금연클리닉에 참가하는 의료진을 배려하는 등의 실효성 있는 지원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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