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 이젠 당신의 질병을 예측해드립니다”

 

“유전자 검사를 해보니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가 증가할 가능성이 크네요.” 진단과 치료에서 예방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된 의학은 이제 질병을 예측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개인의 유전자를 검사해서 아직 발병하지 않은 특정 질환의 잠재적 위험요소를 예측해 맞춤형으로 관리하는 정밀의료의 시대가 성큼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지난 2003년 게놈 프로젝트가 완료된 이래 유전체 정보를 해독하는 비용과 시간은 대폭 줄어들었고, 개인 유전체 정보를 분석해주는 서비스 경쟁에는 불이 붙었다. 유전체는 유전자의 집합체를 가리킨다. 할리우드 배우인 안젤리나 졸리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유방암 발병 위험이 높은 BRCA 보인자라는 것을 알고 미리 유방절제술을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지난달 말부터 민간 유전자검사 업체에서도 의료기관 의뢰 없이 직접 검사를 할 수 있게 됐다. 정부가 생명윤리법을 개정해 규제를 풀었기 때문이다. 민간 업체에서는 혈당과 혈압, 피부노화, 체질량지수 등 12개 검사항목과 관련된 46개 유전자를 검사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허용되는 검사 범위는 생활습관 개선과 질병예방 가능한 검사, 과학적 근거가 확보되고 소비자 위해성이 적은 검사 위주로 이뤄져 있다”며 “의료, 산업, 윤리, 과학, 법률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전문가협의체의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에 보고돼 결정된 사항”이라고 밝혔다.

시장 반응은 즉각적이다. 개인 건강과 밀접한 보험업계에서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라이나생명은 지난 1일부터 업계 최초로 고객에서 유전체분석 서비스를 실시하고 검사결과를 제공하기로 했다. 검사는 간단하다. 입안의 상피세포를 면봉으로 긁어 제출하면 한 달 안에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 이를 위해 지난달 유전체검사 업체인 DNA링크와 제휴를 맺었다.

라이너생명에 따르면 모든 보험 상품을 취급하는 설계사인 GA채널을 통해 암보험 상품에 가입한 신규 고객이 서비스 대상이다. 혈관건강 또는 피부건강 관련 검사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다. 업체 관계자는 “유전형질에 따른 위험도 분석을 통해 맞춤 건강관리 정보를 함께 제공할 계획”이라며 “현재 유전체 검사 서비스에 대한 고객들의 문의가 매우 많다”고 전했다.

유전자분석 산업이라는 새 시장이 형성됨에 따라 시장 규모는 급팽창할 전망이다. 기존 연구자 대상 시장이 일반 소비자 시장으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국내 유전자검사기관은 의료기관 95개와 민간업체 84개 등 179개에 이른다.

이러한 흐름은 시장에 이미 반영되고 있다. 유전체분석 전문기업인 마크로젠은 올해 1분기에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이 49% 증가해 230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이 업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산전 유전체 검사 서비스 ‘패스트’, 반려동물 유전자 검사 ‘마이펫진’, 유전자 감식 서비스 ‘아이디포유’ 등 신규서비스를 글로벌 출시했고, 보인자 검사 팜플랜’, 신생아 유전자 검사 ‘어부바’ 등도 제공할 예정이다.

마크로젠 정현용 대표는 “연구자 시장에서 확보한 글로벌 기술과 서비스 경쟁력을 바탕으로 국내외 시장의 니즈에 부합하는 다양한 고부가 신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출시해 나가는 동시에 국내외 영업 역량을 새 사업 구조에 맞게 재정비해 성장성을 더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테라젠이텍스도 이 달부터 온라인 유전자 헬스 및 뷰티케어 서비스인 ‘진스타일’을 출시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09년에 세계 5번째, 국내 최초로 개인 유전체 분석에 성공해 이듬해 아시아 최초로 유전자 분석 서비스 ‘헬로진’을 상용화한 곳이다. 지난 연말에는 국내 기업 최초로 중국 시장에도 진출해 피부에 특화된 ‘진스타일 스킨’을 출시한 바 있다.

테라젠이텍스는 도소매 약국 체인인 자회사 리드팜을 통해 약국에서도 진스타일을 유통하는 한편, 보험사, 모바일 헬스케어 서비스와 연계한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 회사 바이오연구소 황태순 사장은 “지난 6년간 헬로진을 서비스해온 의료계와 지속적으로 협업해 진스타일 역시 꾸준히 검증과 자문을 받으며 신뢰도를 넓힐 것”이라고 했다.

민간업체가 자체 실시할 수 있는 유전자 검사항목은 제한돼 있어 의료계와 협업도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50여개 안과 의료기관과 네트워킹해 각막이상증 유전자 검사를 서비스하고 있는 아벨리노그룹은 지난 5월부터 미국과 캐나다의 안과병원, 시험기관과 함께 다기관 임상도 진행 중이다.

민간 업체의 유전자검사 서비스가 본격화되면서 정부는 오남용 예방에 신경 쓸 방침이다. 복지부는 “국민들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검사항목에 대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소비자에게 검사결과를 제공할 때 진단과 무관하고 치료결정을 위해서는 의사 상담이 필요하다는 문구를 표시하는 등 한계점과 충분한 설명 등 사후 관리할 예정“이라고 했다.

배민철 기자 mcbae2000@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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