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의약품 규제 강화, 국내 기업 현지화 포석

 

성장세인 중국 의약품 시장의 흐름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부터 제약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현지에서 임상시험을 추진 중인 국내 바이오제약사들의 임상시험계획 승인이 지연되고, 신제품 발매가 연기되는 등 조정 국면을 겪는 양상이다.

국내 다수의 제약사들이 중국 시장 진출을 꾀하면서 현지 의약품 판매와 임상시험 등을 준비하고 있지만, 상황은 전보다 까다로워졌다. 가파른 고령화 속도에도 불구하고 의료 환경과 헬스서비스가 취약하자 중국 정부가 헬스차이나 전략을 추진하면서 수요자 관리에서 공급자 관리 중심으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다.

이 여파로 지난해 말부터 중국 정부의 제약산업 규제는 한층 강화됐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내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한 제약사의 95%가 반려됐다. 대부분은 임상 자료가 부실한 중국 제약사들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내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제네릭 중심의 중국 제약사들은 임상시험을 해도 생물학적 동등성 실험에서 에러바(오차구간)가 거의 없어 실패하는 케이스가 잘 나오지 않을 만큼 신뢰도가 떨어지고, 한 사람에게서 10~20번 샘플링하는 등 윤리적 거리낌도 거의 없었다”며 “이러한 부분에 대한 규정이 대폭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중국에서 IND를 내고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국내 제약사들도 영향을 받고 있다. 중국식약청(CFDA)의 승인이 늦어지면서 임상시험 진입이 당초 계획했던 시기를 넘어선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는 무조건 될 것이라는 생각이 있는데, 이젠 강화된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한다”며 “예전에는 중국에서 임상시험 결과가 나오면 누가 믿겠나 했지만, 규정이 강화돼 중국에서 임상을 진행하는 신약개발사들에게는 오히려 유리해진 면도 있다”고 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3월 13차 5개년 계획 초안을 발표하고, 100대 중대 프로젝트의 하나로 바이오의약과 고성능 의료기기, 의료정보화 등 헬스케어산업을 활성화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다. CFDA의 규제 강화는 이러한 의료산업 활성화의 일환으로 이해된다.

국내 투자 전문가들은 CFDA의 규제 강화와 약가 인하 등의 조치가 중국법인을 통해 진출한 국내 제약사들의 매출에 일부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 일부에서는 신제품 발매가 연기되는 등 주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전략적 현지화를 위한 움직임도 거세지고 있다. 북경한미약품은 독자적으로 합성의약품과 바이오의약품 분야의 신약을 개발하며 연구개발 기반 제약사로 성장하고 있고, 한미약품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는 최근 중국 천진에 판매 법인을 두고 있는 의약품 관리 자동화 시스템 기업인 제이브이엠을 주식스왑 방식으로 인수해 글로벌화를 도모하고 있다.

녹십자는 홍콩법인을 통해 중국녹십자를 상장한 뒤 다시 중국 증시에 상장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고, 보령제약도 기존사업을 확대하고 신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연내 중국법인 설립을 위한 사무소를 지난 20일 북경에 열었다.

보령제약 관계자는 “중국 제산제 시장 1위 제품인 겔포스의 판매망 확대와 더불어 2014년에 중국 글로리아사와 계약한 고혈압 신약 카나브의 현지 허기임상과 등록, 조속한 발매를 지원하는 등 장기적으로 연구개발과 생산의 현지화를 계획 중”이라고 했다.

보령제약 최태홍 대표는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을 성장 교두보로 삼고 투자와 마케팅을 강화하는 것만큼 보령도 이번 사무소 개소를 시작으로 법인화 작업을 신속히 진행해 중국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의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등에 따르면 1조달러가 넘는 세계 의약품 시장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의 의약품 시장 규모는 지난해 1150억달러 이상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돈으로 따지면 132조원에 이른다. 연평균 6~9%씩 성장해 오는 2020년이면 1500억달러 이상 규모로 불어날 전망이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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