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누드의 조화, 무한 상상의 에로스를 열다

이재길의 누드여행(34)

다니엘 바류(Daniel Barreau, 1942~ , 프랑스)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사진은 저변을 본격적으로 확장한다. 사실주의와 즉물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사진에 투영되는 새로운 세계를 향한 대중의 호기심은 늘어만 갔다. 소수 예술가들에게 종속되어있던 사진은 비로소 많은 예술가와 대중이 구사하는 표현의 도구이자 소통의 통로가 되었다.

이런 변화는 1930~40년대에 더욱 두드러졌다. 전쟁과 가난의 시기를 거치고 산업혁명을 통해 경제가 급속히 발전하면서 대중은 어느덧 현실 속에서도 영 새로운 세계를 갈구하게 되었는데, 바로 이때 사진은 대중이 내면 깊숙한 곳에 품은 아름다움에 향한 욕망을 담아내는 예술적 도구로 사용되었다. 사진이 대중화되면서 수많은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등장했고, 형식과 틀에서 벗어난 독특한 시각의 사진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이런 변화는 당대 최고의 여배우들이 누드 사진의 모델을 자처했을 만큼 누드의 예술적 가치가 사회적으로 큰 화두가 되는 거대하고도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이어졌다. 특히 자연이나 열린 공간을 배경으로 여성 누드를 촬영하면서 인간존재의 원초적이고도 미적인 세계가 새롭게 조명되기 시작하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프랑스 사진가 다니엘 바류(Daniel Barreau)의 누드사진들이다.

바류의 모델이 된 여인들의 모습은 평온해 보인다. 나른한 햇빛, 그 아래 고요한 숲 속에 편안하게 누운 여체는 마치 엄마의 자궁 속에 웅크리고 있는 생명체를 연상케 한다. 오, 자연을 품은 여체여! 그것은 태초의 아름다움을 의미하는 동시에 여성이 지닌 궁극의 에로티시즘을 상징한다.

일정한 촬영거리와 모델의 독특한 포즈를 보라. 여인의 알 수 없는 표정과 주변상황을 보라. 누드를 향한 우리의 호기심은 더욱 강렬하게 자극된다. 개인적 공간 혹은 통제된 스튜디오에서 촬영된 이전의 수많은 누드사진들에선 발견할 수 없었던 여체의 또 다른 매력들이 바류의 시선을 통해 하나하나씩 들추어지는 것이다.

이렇듯 바류는 자연과 누드의 조화를 매우 강조했다. 존재와 또 다른 존재가 맺는 관계는 마치 관계를 끊임없이 맺어가며 살아가는 인간의 본질적인 모습을 투영하고 있는 듯하다. 자연. 그것은 누드의 원초적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공간적 배경일 뿐만 아니라, 누드의 신비로움을 극대화하는 새로운 상상의 무대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의 소리, 코끝을 스치며 간질이는 살랑살랑 바람, 여인의 살갗을 비추는 햇살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독특한 에로티시즘의 세계를 창출해낸다.[사진2]

가일층 놀라운 것은 바류가 임신한 여인의 몸에 주목했다는 사실이다. 그에게 임신한 여성의 누드는 존재의 숭고한 가치가 담긴 모습인 동시에 세상에서 가장 섹슈얼한 여성의 본체였던 것이다.[사진1]

바류는 빛들이 일구어내는 조화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의 사진에 자연광과 인공광이 공존하는 이유이다. 자연 속 여체의 은밀한 부위는 따스한 햇살을 받아 감춤 없이 드러나고, 카메라 플래시가 순간적으로 뿜어내는 광선은 마치 살아있는 듯한 누드의 생동감을 나타낸다. 그가 셔터를 누르는 순간 터져 나오는 플래시의 강렬한 광선은 자연과 누드가 지니는 전혀 새로운 형체를 표현해내면서 누드의 독특한 질감과 온기를 담아내는 것이다.[사진3]

그렇다. 바류에게 ‘빛’은 누드에 깃든 존재적 가치를 드러내는 가장 효과적이고 절대적인 도구였다. 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의 근원인 빛이여! 바류의 사진 속에서 살아 숨쉬고 있는 빛에는 벌거벗은 여인의 몸을 향한 무한 상상의 세계가 똬리를 틀고 있다. 누드를 통해 그는 사진이 가장 완벽한 예술성을 담아낼 수 있음을 여실히 증명해내었다.

※ 이재길의 누드여행 이전 시리즈 보기

(33) 여체의 숨 막히는 광채

(32) 여체의 숨결마저 담아낸 사진의 예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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