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체의 숨 막히는 광채

이재길의 누드여행(33)

제라드 페트레맨(Gérard Pétremand, 1939~ , 스위스)

1940~60년대 유럽은 그야말로 사진예술을 꽃피운 세계의 중심이었다. 당시 유럽에서 활동한 사진가들의 작품을 보면 단 한 장의 사진 위로 얼마나 웅장하고 숭고한 세계가 펼쳐지는지를 확인하게 된다. 당시 유럽에선 장르와 형식을 뛰어넘어 다채로운 사진표현들이 등장하면서 예술사진의 패러다임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놀라운 변화의 중심에는 스위스 출신 사진가 제라드 페트레맨(Gérard Pétremand)이 있었다.

1939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태어난 페트레맨은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예술잡지 ‘Réalités’에서 일하면서 사진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조수생활로 시작해 상업사진가로서의 경험과 전문적 지식을 쌓은 그는 고국인 스위스로 돌아와 스튜디오에서 상업사진가로 본격적인 활동을 펼쳤다.

주로 인물을 촬영했던 그는 자신의 예술세계를 여성의 누드를 통해 나타내기 시작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다. 페트레맨은 여성의 누드에 깃든 강렬한 에로티시즘을 인공적 광원과 흑백암실기법을 통해 ‘4차원’적으로 표현하였는데, 이것은 누드가 지닌 본질적인 면들을 드러내고자 했던 그만의 표현방식이었다.

페트레맨은 인공의 빛을 통해 극한의 예술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다른 어떤 작품들과도 차원이 다르다. 차가운 형광등, 그리고 작고 강렬한 인공광을 통해 여체를 나타내는 그의 표현력은 가히 상상을 뛰어넘는다. 피사체를 비추는 조명은 마치 ‘신기루’의 마법인 것만 같다. 조명을 경유한 여체는 묘하고 새롭고도 사실적인 형체로 사진에 담겨진다.

그야말로 독보적인 해석이다. 여체에 손길처럼 닿는 빛에 의해 여체엔 뚜렷한 명과 암의 대비가 생기며, 이는 여인의 고운 숨결을 연상하게 만든다. 조명에 의해 만들어진 밝음과 어두움은 곧 그가 여인의 벗은 몸에서 느낀 부드러운 살결과 온기이다. 아주 작은 표현, 찰나의 순간조차 놓치지 않는 페트레맨의 정성스런 눈빛과 태도에서 누드의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사진1] [사진2] 

명암으로 나타나는 흑과 백, 형광등의 광채, 그리고 암실에서의 특수기법으로 표현되는 여체의 묘한 질감은 누드의 이면에 깃든 본질을 나타내고 있다. 그의 사진 속 여체는 인공광의 화려한 광체와 함께 여전히 빛난다. 여체에 스며든 인공광은 여체에 대해 그가 느낀 신비로운 단상들을 담아내는 유일하고도 절실한 도구였던 것이다.

여인의 애매모호한 포즈와 여인의 몸을 밝히는 환한 광선은 마치 여인이 신화 속 주인공이 된 것만 같은 판타지를 불러일으킨다. 여인의 황홀한 표정을 보라.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 하는 듯한 간절한 모습을 보라. 이것은 여체를 향한 에로틱한 상상력을 가일층 자극한다.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벗은 몸을 향해 카메라를 들고 있는 페트레맨의 쿵쾅거리는 심장박동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거칠고 강한 빛에는 여인의 벗은 몸 앞에서 숨죽이며 긴장하는 그의 시선이 포개어진다. 화면 가득한 여인의 형상에는 누드를 향해 갈구하는 그의 열렬함과 절박함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여체를 향한 그의 짙은 호기심이 전해지는 것이다. [사진3]

그의 사진에서 진하게 풍겨 나오는 여인의 달콤한 향기는 성적 호기심의 범주를 넘어 인간의 절대적 존재성까지 느끼게 만든다. 한 장의 누드 사진 속에 담긴 인간의 존재가치라는 ‘본질’은 세월이 지나고 시대가 변해도 달라지지 않는다.

※ 이재길의 누드여행 이전 시리즈 보기

(32) 여체의 숨결마저 담아낸 사진의 예술성

(31) “할리우드 배우들의 누드, 소통과 공감의 시대를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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