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와 건망증은 어떻게 구분할까?

요즘 젊은 사람들도 깜박하는 경우가 많다. 아침 출근길에 휴대폰을 집에 두고 오거나 친구의 이름을 기억 못할 때도 있다. 그러나 중노년층이 깜박하는 일이 잦다면 가족들은 내심 불안에 휩싸인다. “혹시 치매가 아닐까? 요즘 일찍 치매를 앓는 사람이 많다는데…” 건강증이면 안심이지만 치매라면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일 것이다. 그렇다면 건망증과 치매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건망증은 기억 능력에만 문제가 있을 뿐 다른 인지 능력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 건망증이 심한 사람은 조금 불편할 뿐 일상생활에크게 지장을 받지는 않는다. 반면에 치매는기억력 장애 외에도 공간지각력, 계산 능력, 판단 능력 등이 점차 떨어지고 정상생활이 어렵게 된다.

기억력만 놓고 볼 때도 차이점이 있다. 건망증 환자는 최근 일어난 일에 대해 자세한 부분을 기억하지 못할 뿐 전체적인 것은 알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귀띔을 해주면 대부분 잊었던 사실을 기억해내면 건망증이다.

반면에 치매환자는 전체를 까맣게 잊어버리고 옆에서 힌트를 줘도 기억해내지 못한다. 가령 “지난 주말 친구들이 모였는데 무슨 얘기를 나눴더라? 누가 무슨 사정으로 못 왔더라?”고 한다면 건망증이다.

그러나 “뭐? 언제 모인 일이 있었냐? 그런 적 없어”라고 하면 치매에 의한 기억장애일 가능성이 높다. 단순 건망증으로 보이는 기억력 장애라 하더라도 횟수가 잦아지거나 정도가 지나치면 치매의 초기 증상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전문의의 진단을 받는 게 좋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노지훈 교수는 “단순 노인성 건망증은 대부분 치매로 발전하지 않으므로 특별히 치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면서 “자신감을 갖고 적극적인 자세로 생활하면 충분하다”고 했다. 그러나 본인이나 가족이 보기에 과거에 비해 확연한 인지기능의 저하가 있을 때는 조기에 검사를 받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우울증으로 인한 가성치매는 기억력이 떨어지고 다른 인지 능력도 감퇴되지만 뇌손상은 없는 경우이다. 대개 의욕이 없어지고 주의력이 저하됨에 따라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생각된다. 적절한 심리치료나 우울증 약제를 사용하면 크게 증상이 좋아질 수 있으므로 혹시 기억력 장애가 가성치매에 의한 것은 아닌지 한 번쯤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치매질환은 뇌손상에 의해 발생한다. 뇌세포가 점점 파괴되면서 뇌 조직이 줄어들고 그에 따라 뇌기능이 차츰 떨어지는 알츠하이머병이 대표적이다. 처음에는 주로 기억력 장애만 나타나지만 시간이 경과하면서 다른 인지기능의 저하와 함께 이상 행동 및 일상생활의 장애를 보이게 된다.

원인을 치료해주면 치매가 크게 좋아지거나 없어지는 치매질환들도 있다. 비타민B12결핍증, 갑상선기능저하증, 뇌매독, 대사성뇌증, 정상압수두증, 경막하출혈 등이 이에 해당한다. 혈관성치매는 고혈압, 심장병 같은 혈관성 위험인자를 잘 조절하고 항혈전제 등을 사용해 뇌졸중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지훈 교수는 “깜박하는 증상들이 건망증이 아닌 일련의 퇴행성 질환에 의한 변화로 생각된다면, 조기에 적극적인 검사를 진행하는 것이 정확한 진단과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 “이밖에 혈관성 위험인자가 치매 발생에 관여하므로 평소 균형 잡힌 식사와 함께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을 잘 치료하고 금연, 금주, 적절한 운동을 통한 체중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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