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체의 숨결마저 담아낸 사진의 예술성

이재길의 누드여행(32)

장루 시에프

20세기에 접어들면서 프랑스 파리는 세계적인 사진가들의 활동무대가 됐다. 다양한 예술사진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사진의 영역은 무한대로 확장을 시작한다.

수많은 사진 중 늘 관심의 대상은 ‘누드사진’이었다. 여체를 사실대로 기록한 사진들이 홍수처럼 쏟아져도 누드가 변함없이 신비의 대상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여인을 향한 성적 호기심 때문이었다.

여인의 벗은 몸. 이를 재현한 사진은 여인을 향한 판타지와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마법을 부렸다. 여기에 패션사진의 매혹적인 요소를 더해 누드사진의 매혹을 극대화시킨 사진가가 등장하는데, 바로 프랑스 출신 사진가 장루 시에프였다.

시에프의 누드사진은 영화 속 한 장면들을 연상케 한다. 드라마틱한 빛의 분위기와 공간 연출, 모델의 노골적인 포즈와 표정은 섹슈얼리티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당시 ‘엘르’ ‘보그’와 같은 유명 패션잡지의 사진가였던 그는 모델의 의상과 포즈를 섬세하게 연출하면서 세련미를 부각시켰다.

그의 누드사진은 흥미로운 혹은 내밀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것만 같다. 한 장 한 장에는 ‘스토리텔링’이 갖춰져 있다. 단지 여성의 몸을 보여주는 단계를 넘어 작가 자신만의 감성이 뚜렷한 사진화법을 탄생시키고 말았다. 바로 이런 점은 현대사진에서 중시하는 ‘사진적 메시지 전달법’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사진1] [사진2]

사실, 시에프는 유명 정치가와 예술가들의 초상을 사진으로 찍으며 사진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수많은 인물과 패션사진을 촬영하는 과정에서 그는 인물에 내재된 본질적 요소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인물마다 내면에 지닌 존재적 가치에 관심을 두면서 그는 누드사진을 본격적으로 촬영하기 시작한다.

그는 카메라 파인더를 통해 벗은 여성의 몸을 ‘탐닉’한다. 그가 바라본 여인의 몸은 환한 광채 속에서 강렬하게 드러나는 절대적이고도 신비로운 대상이었다. 현실 속에서도 신비로움을 간직한 채 눈앞에 펼쳐지는 여인의 몸을 고스란히 담아내기 위해 시에프는 인공조명이 아닌 자연광을 사용하는 한편, 평면적인 재현 대신 입체적인 묘사를 강조했다. 여인의 누드를 향한 타오르는 성적 욕망을 사진 한 장을 통해 토로하기 위한 그만의 철저한 촬영법이 돋보이는 것이다.

여인의 누드를 보면서 느끼는 에로틱한 감정을 그는 단순한 성적 호기심으로 규정하지 않았다. 그에게 누드는 완벽한 아름다움이며 전율의 극치나 다름이 없었다. 그것은 현실에서 존재하는 가장 이상적인 대상이었기에, 시에프는 여인의 몸에 깃든 본질적 가치를 사진을 통해 투영했다.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고귀함 자체로 표현하는 동시에 인간존재의 본질적 가치로 나타낸 것이다.

여체에 대한 시에프의 철학은 분명했다. 그는 말했다. “얼굴은 원하는 대로 표정을 뒤바꿀 수 있는 위선의 가면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엉덩이는 가장 보호되고 가장 은밀한 부위다. 둥그런 엉덩이는 시선이나 손길이 이미 오래 전에 상실해버렸던 어린이이와 같은 순진함을 간직하고 있다.”

아, 누드에 대한 현대적인 동시에 얼마나 재치 넘치는 해석이란 말인가.[사진3] 이렇듯 시에프는 새로운 ‘관능성’을 통해 품위 있고 정결한 여체의 숨결을 담아내면서 누드에 깃든 존재의 미학적 가치를 증명해낸 것이다.

※ 이재길의 누드여행 이전 시리즈 보기

(31) “할리우드 배우들의 누드, 소통과 공감의 시대를 열다”

(30) 누드에 보이는 존재적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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