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장애 아동, 성폭력 주변에 알리지 않아

 

성폭력 피해를 당한 경계선 지능장애 아동 10명 중 8명은 피해 사실을 주변에 털어놓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수치는 지적 장애 아동 10명 중 5명이 피해 사실을 주변에 알리는 것에 비해서도 낮은 수치였다. 경계선 지능은 지적 장애는 아니지만 정상인보다 판단력이 떨어지는 경우를 말한다. 따라서 지능이 낮은 경우, 특히 언어성 인지능력이 낮은 아동청소년일수록 인지 수준에 맞춘 성교육과 언어적 표현을 촉진시키는 추가적인 훈련이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배승민 교수가 2011년 1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인천 해바라기아동센터에 내원해 평가한 총 153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이같이 밝혀졌다. 연구는 피해 아동청소년과 법적 보호자를 대상으로 여성가족부 산하 중앙지원단에서 개발한 설문, 진찰받은 병력 청취를 통해 이뤄졌다.

피해자는 여성이 89.5%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연령군은 7세 이상 13세 미만이 75명으로 전체 49%를 차지했고, 13세 이상 19세 미만이 46명으로 30.1%를 차지했다. 지적 수준을 봤을 때는 정상 지능이 124명(81%), 경계선 지능 11명(7.2%), 지적 장애 18명(11.8%)으로 약 20%가 비정상 지능 피해자였다.

연구 결과, 자발적으로 피해사실을 폭로한 경우는 전체 58.8%(90명)에 불과했고, 나머지 41.2%(63명)가 비자발적으로 폭로한 경우였다. 비자발적 폭로의 경우 부모 또는 교사의 도움이 33명, 주변의 목격 20명, 성폭력 피해 조사 7명 순이었다.

정상 지능 군의 경우 자발적 폭로가 79명으로 전체 63.7%를 차지했다. 경계선 지능 군은 비자발적 폭로가 80%를 차지했고, 지적 장애는 자발적 폭로와 비자발적 폭로가 각각 50%에 달했다. 가해자는 기존 연구와 같이 10대, 면식범이 가장 많았고, 39.3%가 근친 범죄에 해당했다.

즉, 정상범위 이하 지능 피해자의 과반 이상이 비자발적 폭로에 해당했고, 경계선 지능군의 10명 중 8명이 비자발적 폭로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는 경계선 지능군이 성폭력 피해사실 폭로에 사각지대에 놓여있음을 보여준다.

자발적 폭로는 피해자가 다른 사람에게 학대당한 사실을 의도적으로 밝히는 경우를 말한다. 반대로 비자발적 폭로는 피해사실을 어떤 의도를 갖고 누설하거나 깊은 생각 없이 우연히 밝혀지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따라서 지능이 낮은 경우, 특히 언어성 인지능력이 낮은 아동청소년일수록 인지 수준에 맞춘 성교육과 언어적 표현을 촉진시키는 추가적인 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배승민 교수는 “낯선 나쁜 사람이 가해자로 묘사되는 일반적인 성폭력 예방교육의 내용을 교정해, 면식범 가해를 예방하고 도움을 구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며 “정상범위 이하 지능 피해자를 위해서는 가정과 관련 시설 및 특수 학교 내에서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성교육이 필요하고 보호자와 학교 또는 시설 인력의 주의 깊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특히 경계선 지능 아동청소년군이 피해사실 폭로에 취약한 집단으로 확인돼 이들에 대한 법적, 사회적 안전망의 확충과 의료적인 관심과 보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아동청소년 성폭력 피해자의 피해사실 폭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라는 제목으로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지’ 최신 호에 게재됐다.

    한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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