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 이슈에 울고 웃는 당뇨병약… 또 바뀔까?

 

고위험군을 포함한 국내 당뇨병 환자 1천만명 시대를 맞아 다양한 당뇨병약들이 출시되고 있다. 최근에는 당뇨병 환자의 살도 빼주고, 당뇨병약의 부작용으로 지적돼 온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까지 줄여주는 차세대 당뇨병약이 등장해 시장 판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10년 전까지 널리 처방돼 온 당뇨병약은 TZD(글리타존) 계열이었다. 이 약은 췌장에서 인슐린을 강제로 분비하지 않고, 근육과 간, 지방 조직에서 여러 종류의 단백질과 합성하도록 자극해 인슐린의 작용을 증가시켜준다. 혈당 강하 효과가 세고, 저혈당의 위험이 적다.

2007년에 사정은 급변했다. 국내에서 연간 400억원, 글로벌 시장에서 3조원의 매출을 올리던 TZD 계열 대표약인 스미스클라인(현 GSK)의 ‘아반디아’(로지글리타존 성분)가 심혈관계 부작용 이슈로 처방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2014년에 미국 식품의약국(FDA)가 심혈관계 위험이 크지 않다는 재분석 결과를 내놨지만, 아반디아는 지난 1월 국내 시장에서 철수했다.

아반디아로 TZD 계열약이 동반 침체되는 사이 시장은 재편됐다. DPP-4 억제제가 지난 5년간 당뇨병약 시장의 대세로 굳어졌다. 이 약은 인슐린 분비를 조절하는 인크레틴을 분해시키는 DPP-4 효소를 억제한다. 혈당 수치가 높아지면 작용해 설포닐우레아와 같은 인슐린 분비제보다 저혈당 위험이 적다. 간에서 포도당 합성을 억제하는 메트포르민과 병용해서 널리 쓰인다.

DPP-4 억제제는 아반디아 이후 심혈관계 안전성이 대두된 상황에서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을 높이지 않아 환영받았다. MSD의 ‘자누비아’(시타글립틴), LG생명과학의 ‘제미글로’(제미글립틴), 베링거인겔하임의 ‘트라젠타’(리나글립틴), 한독의 ‘테넬리아’(테네리글립틴), JW중외제약의 ‘가드렛’(아나글립틴), 노바티스의 ‘가브스’(빌다글립틴), 동아ST의 ‘슈가논’(에보글립틴) 등 7종의 성분이 국내 출시됐고, 국내외 38개사가 165개 품목을 허가받았다.

최근에는 SGLT-2 억제제라는 차세대 당뇨병약이 등장해 시장을 흔들고 있다. 이 약은 포도당의 재흡수를 막고 소변으로 배출시키는 원리여서 혈당을 낮추는 동시에 당 성분을 줄여 살이 빠지도록 하고, 혈압도 떨어뜨리는 부가적인 이점이 있다. 2014년 아스트라제네카의 ‘포시가’(다파글리플로진 성분)’에 이어 이듬해 아스텔라스의 ‘슈글렛’(이프라글리플로진), 이달 들어 베링거-릴리가 공동 개발한 ‘자디앙’(엠파글리플로진)이 급여 출시됐다.

포시가와 자디앙은 단독요법부터 2제 및 3제 병용요법, 인슐린 병용요법까지 적응증을 넓혔고, 슈글렛은 단독 또는 2제 병용요법으로 급여를 적용받았다. 얀센의 ‘인보카나’(카나글리플로진)도 품목 허가를 받았지만, 국내에서는 보험급여 등의 문제로 철수한 상태다. 인보카나는 최근 발과 다리의 절제 위험 가능성이 있다는 안전성 문제까지 불거졌다.

SGLT-2 억제제와 DPP-4 억제제는 약효와 저혈당 측면에서 동급이고, 급여기준상 경쟁관계에 있다. SGLT-2 억제제 중 후발주자인 자디앙은 체중감소 효과에 당뇨병약 최초로 심혈관계 사망률 감소에 대한 임상데이터를 확보해 성장 가능성이 클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관건은 부작용 이슈를 불식시키는 데 있다. DPP-4 억제제는 시판 후 조사에서 중증 관절통이 FDA에 보고돼 국내 보건당국이 허가사항을 변경했고, 일부 성분에서 심부전 위험도 제기되고 있다. SGLT-2 억제제 역시 혈중 산도증가, 요로 감염, 인슐린 부족으로 인한 당뇨병성 케톤산증 등의 위험이 지적됐다. 케톤산증은 탈수와 구토, 식욕 감소 등을 일으키는데, 일본에서는 일부 SGLT-2 억제제를 복용한 환자의 사망 사례 2건이 보고된 바 있다.

일단 두 계열약 모두 부작용 우려가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한 대학병원의 A교수는 “SGLT-2 억제제의 경우 요로 감염 등의 부작용이 생겨도 대부분 경증이라 크게 걱정할 것은 없고, 조절능력이 떨어지는 노년층에서 소변으로 당이 빠져 나가 탈수가 올 수 있어 젊은층이나 중년층 등 초기 당뇨병 환자들에서 체중이 줄면 좋을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금씩 채택이 늘어나는 추세”라면서 “최근 DPP-4 억제제에 대한 심부전 이슈가 나오지만, 매우 드물고 흔치 않는 부작용이어서 의사들은 별로 신경 안 쓴다”고 전했다.

임상 현장에서는 신약의 효과보다 안전성을 주목한다는 점에 비춰 SGLT-2 억제제가 DPP-4 억제제 시장을 갑자기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김대중 당뇨병학회 홍보이사(아주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DPP-4 억제제는 벌써 5년 정도 써온 경험이 있고, 의사들은 효과보다 안전성을 더 신경 쓰니까 DPP-4 억제제에 익숙해있으니 SGLT-2 억제제로 확 바꾸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심혈관계 위험이라는 부작용 이슈에서 벗어난 TZD 계열약의 반등도 시장의 변수이다. 당뇨병약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만, 다케다제약의 ‘액토스’(피오글리타존)와 종근당의 ‘듀비에’(로베글리타존)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액토스는 뇌졸중과 심근경색 예방효과에 대한 연구결과가 해외 유명저널인 ‘NEJM’에, 듀비에는 죽상동맥경화증 개선 가능성을 확인한 연구결과가 유럽당뇨병학회에 발표된 바 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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