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맘때 입냄새 심한 아이, 문제는 ‘코’

5살짜리 아이를 둔 이모씨(30)는 요즘 속상하다.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입 냄새 난다고 놀림을 받았기 때문이다. 밥 먹인 뒤 부지런히 양치도 시키고, 치과도 다니는데 입 냄새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아 고민이다.

10도 이상 일교차가 커지고 미세먼지와 꽃가루 날리는 이맘때면 축농증 환자도 늘어난다. 국내 축농증 환자 3명 중 1명은 10살 미만 어린이들인데, 감기나 비염으로 착각하기 쉬워 원인을 잘 찾아야 한다. 아이의 심한 입 냄새 역시 축농증 때문일 수 있다.

아이가 누런 콧물, 고열, 코 막힘 증상을 동시에 보인다면 급성 축농증을 의심해야 한다. 코 주위에 있는 얼굴 뼈 속 빈 공간인 부비동에 콧물이 심하게 차면 콧물이 코 뒤로 넘어가면서 기침이 잦아진다.

끈적끈적한 콧물을 계속 삼키면 콧물이 혀 뒷부분에 고이게 되고, 여기서 입 냄새를 유발하는 혐기성 박테리아의 번식이 활발해진다. 또한 코가 막히다보니 입으로 호흡해 침이 자주 마르기 때문에 양치를 자주해도 입 냄새가 심해질 수 있다.

어린이는 성인보다 부비동의 크기가 작고 직선 구조여서 코 점막이 조금만 부어도 쉽게 축농증으로 이어진다. 코 뒤에 있는 림프조직인 아데노이드도 대개 아동기에 비대해져서 콧구멍을 막아 축농증을 일으킨다.

급성 축농증이 2주 이상 지속되면 만성 축농증으로 진행돼 맑은 콧물이 나온다. 누웠을 때 콧물이 목 뒤로 넘어가 기침과 코 막힘이 심해지기도 한다. 아이가 잘 때 유독 기침을 심하게 하고, 수면 무호흡, 코골이 증상을 보이면 만성 축농증의 신호로 볼 수 있다.

만성 축농증으로 코가 막혀 입으로 장기간 호흡하면 얼굴 발육이 위 아래로 길쭉한 기형이 되기 쉽고, 치아 부정교합이나 수면 무호흡증까지 나타날 수 있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정용수 이비인후과 전문의는 “아이가 축농증이 있어도 누런 콧물이나 콧물이 코 뒤로 넘어가는 후비루 증상을 보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기침이나 코막힘 등 일반적 증상 외에 콧물 색깔, 입냄새 등 증상을 다각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축농증을 예방하려면 감기에 안 걸려야 한다. 환절기에는 일교차가 크고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 감기에 더 잘 걸린다. 아이가 등하교 할 때나 외출할 때 일회용 마스크를 씌우고 외출 후에는 손을 깨끗하게 씻는 습관을 들이도록 지도해야 한다.

수시로 양치나 가글을 해서 구강을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약국에서 구할 수 있는 생리식염수를 관장용 주사기나 고무밸르를 써서 코 안을 씻는 것도 도움이 된다. 소금물이나 죽염으로 코를 씻어내는 자가 치료법은 코 점막을 손상시켜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정용수 전문의는 “축농증은 계절적 요인이 아니더라도 비중격 만곡증 같은 구조적 이상이나 치아의 염증으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아이가 자주 축농증에 걸린다면 가까운 이비인후과에 가서 초기에 정밀검사를 받아 축농증을 일으키는 원인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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