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카 4번째 감염자 발생…국내 확산 가능성은?

네 번째 지카바이러스 감염자가 베트남에서 유입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지카바이러스의 국내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은 해외에서 환자가 지속적으로 유입될 수는 있지만, 모기로 인해 지카바이러스가 토착화하거나, 확산될 가능성은 극히 낮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는 베트남에서 근무하다 입국한 25세 여성 S씨가 네 번째 지카바이러스 감염자로 확진됐다고 지난 7일 밝혔다. 지난 달 10일부터 베트남에서 근무하다 이달 1일 입국한 S씨는 현지 체류 중 모기에 물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S씨는 입국 후인 지난 4일 지병인 갑상선질환 때문에 인천성모병원을 방문했다. 지카바이러스 발생국가 여행력을 확인한 병원측이 S씨의 지카바이러스 감염을 의심해 보건소에 신고했고, 유전자 검사를 통해 S씨의 혈액과 소변에서 양성 반응이 최종 확인됐다.

S씨는 현재 양호한 상태로 알려졌으며, 신경학적 증상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뒤 추가 검사를 받게 될 예정이다. 질본은 “국내 입국 후 헌혈, 모기 물림 등이 없어 국내 추가 전파 가능성은 극히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전했다. 지난 달 13~17일까지 베트남을 여행하면서 S씨와 동행한 지인은 유전자 검사에서 음성으로 확인됐다.

앞서 확인된 세 명의 지카바이러스 감염자는 모두 입원 후 바로 퇴원했다. 질본이 이들의 임상 경과를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일상에서 특이사항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질본은 필리핀 여행자였던 두 번째 지카바이러스 감염자 이후부터 베트남과 필리핀 여행자를 대상으로 입국 후 신고를 당부하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하고, 의료기관에 방문력을 공유하고 있다. 베트남과 필리핀 입국자는 하루 평균 내국인 8000명, 외국인 3300명에 이른다.

해외에서는 브라질 등 중남미 지역을 중심으로 최근 2개월 이내에 지카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발생한 국가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 달 29일을 기준으로 총 45개국에 이르며, 아시아에서는 베트남이 유행국가, 필리핀은 산발적 발생 국가로 분류돼 있다. 유행 국가는 최근 2개월 이내에 동일 지역에서 10명 이상의 환자가 발생하거나 2개월 이상 발생이 지속되는 경우, 별개의 2개 지역에서 환자가 발생한 경우이다.

자국 내 환자 발생뿐 아니라 유행지역을 여행한 뒤 유입되거나 성 접촉을 통한 전파 사례도 지속되고 있다. 우리나라와 가까운 중국과 일본에서도 각각 13명, 2명의 유입 사례가 발생했고, 미국,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등에서는 성 접촉을 통한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해외 인적교류가 잦고, 본격적인 모기 활동시기에 접어들면서 지카바이러스 감염증의 국내 확산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서서히 불거지고 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국내 전파는 제한적”이라며 “토착화 가능성은 낮지만, 해외 유입 감염자로 인한 국내 전파 차단을 위해 검역과 모기방제 등의 조치를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카바이러스 감염증은 증상이 가벼워 대부분 별다른 치료 없이 회복된다. 일상적인 접촉으로 감염되지 않으며, 대부분 모기에 의해 전파된다. 지카바이러스 감염증의 주된 매개체인 이집트숲모기는 국내에 없고, 또 다른 매개체인 흰줄숲모기는 국내에 서식하지만 개체수와 서식처가 제한적이다. 최근 국립보건연구원의 조사 결과, 흰줄숲모기는 6월부터 수가 늘어나기 시작해 8∼9월에 피크를 이룬 후 10월부터 급속히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지카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준비해야 하지만, 정확한 이해로 필요 이상의 공포감을 갖는 것도 피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한신경과학회는 “지카바이러스 감염자 중 80%는 무증상자이며, 증상이 있는 감염자 중에서도 약 0.85%만 신경계 합병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이러한 빈도는 일본뇌염의 뇌염 발병, 뎅기열 입원환자의 신경학적 합병증 발병률과 비슷한 수치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학회는 또 “일본뇌염은 모기가 극성을 떠는 여름마다 매해 꾸준히 발병하고 있고, 지카바이러스가 아닌 다른 세균이나 바이러스로 생긴 길랑-바레 증후군도 해마다 많이 신경과 병원에 입원하지만 그 세균과 바이러스에 대해 국민적 공포감을 느끼거나 호들갑을 떨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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