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불매 운동으로 요동치는 위장약 시장

650억원 규모의 국내 위장약 시장은 올해 큰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지난해 120억원대 매출을 올리며 보령제약의 ‘겔포스엠’과 어깨를 나란히 한 RB(옥시레킷벤키저)코리아의 ‘개비스콘’이 풍전등화 신세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최근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의 최대 가해자로 지목된 RB코리아는 무책임한 태도와 보고서 은폐 의혹을 사며 개비스콘 등 주력제품에 대한 소비자 불매운동이라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 2009년 국내 출시된 개비스콘은 위산역류와 속쓰림 등의 증상을 빠르게 진정시키는 효과로 인기를 모았다. 복용 즉시 3분 만에 진정효과를 경험할 수 있고, 위에 방어막을 형성해 소화에는 영향을 안 주면서 위산역류를 막아준다. 개비스콘의 주성분인 알긴산은 위산과 결합하면 겔을 형성한다. 해조류 추출물인 알긴산은 임신부나 영유아가 복용해도 안전하다. 업체에 따르면 개비스콘의 증상 개선율은 80% 이상, 지속 효과는 4시간 이상이다.

지난 2013년 출시된 개비스콘 더블액션은 위산역류와 소화불량으로 인한 퉁증을 동시에 잡아준다. 알긴산의 함량은 같지만, 제산제 역할을 하는 탄산칼슘의 양이 2배 많다. 하지만 소비자 불매운동과 더불어 알긴산 성분의 복제약이 국내 20여개나 출시돼 상황이 좋지 않다. 의약계 내에서도 불매운동이 점점 번지고 있어 인지도에서 밀렸던 복제약의 반사이익이 예상된다.

위장약 시장에서 전통의 강자인 보령제약의 ‘겔포스엠’은 올해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1975년에 발매돼 올해로 41주년을 맞은 겔포스엠은 지난해 국내에서 120억원대 매출을 올리며 리딩품목의 위치를 지키고 있다. 오랜 역사와 함께 ‘속쓰림엔 역시’라는 광고카피로 일반에 인지도가 매우 높고, 국내에 짜먹는 현탁액 시장을 열어젖힌 주인공이기도 하다.

지난 2000년 새롭게 출시된 겔포스엠은 기존 겔포스의 성분과 효능을 업그레이드했다. 미립자인 콜로이드성 인산알루미늄 제제로 과다 분비된 위산을 중화시키고, 장내 가스제거 효과를 높였다. 수산화마그네슘과 시메치콘을 첨가해 변비 등의 부작용도 줄였다. 홍조류로 만든 젤라틴 성분(Agar-agar)과 수용성 탄수화물인 펙틴(Pectin)이 복합 처방돼 위점막 보호효과가 뛰어나다.

올해 제품 디자인을 리뉴얼한 겔포스엠은 1980년 대만과 1992년 중국에 진출한 데 이어 이달 말부터 미국에서도 판매된다. 겔포스엠은 지난해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판매 허가를 얻어 의약품코드에 등재돼 있다. 미국 위장약 시장은 20억 달러, 원화로 약 2조2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겔포스엠은 대만에서 제산제 점유율 1위, 중국에서 현재 연간 500억원의 매출을 기록 중이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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