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카 백신 국산화 박차… 일부는 “글쎄”

 

세계적으로 지카바이러스 감염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감염자가 잇따라 발생해 지카바이러스 백신의 국산화를 향한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하지만 지카바이러스 백신 개발의 어려움과 시장성 때문에 정부나 국내 제약사의 백신 국산화 가능성에 물음표를 단 목소리도 제약업계 내에서 불거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현재 질병관리본부와 진원생명과학, 녹십자, 녹십자엠에스가 지카바이러스 백신 개발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질병관리본부는 미국 국립보건원과 기술협력을 추진 중이고, DNA 백신 개발사인 진원생명과학은 캐나다 보건당국이 진행 중인 백신 개발 프로젝트에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하고 있다. 이 컨소시엄에는 미국 펜실베니아대학교 연구팀, 캐나다 라발대학 연구팀, 미국 바이오테크 회사인 이노비오 등도 합류해 있다. 녹십자와 녹십자엠에스는 전염병 백신개발 국제기구인 국제백신연구소와 상호협력 관계를 맺었다.

개발 속도에서는 진원생명과학이 참여한 공동개발팀이 가장 빨라 보인다. 진원생명과학은 미국에 있는 자회사인 VGXI를 통해 임상용 백신의 대량생산에 들어간 상태이다. VGXI는 DNA백신과 플라스미드 임상용 의약품을 생산하는 곳이다. 진원생명과학에 따르면 실험용 쥐에 지카바이러스 DNA백신을 접종한 결과, 모든 쥐의 혈액에서 항체가 생성되는 면역반응이 확인됐다. 박영근 진원생명과학 대표는 지난 달, 세계보건기구(WHO)가 주최하는 지카바이러스 자문회의에 초청돼 백신 개발 문제를 논의하기도 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지카바이러스 표준주와 합성 항원유전자를 확보해 백신물질을 제작하는 단계에 있다. 신종감염병 등 공공백신연구를 진행해 온 질병관리본부는 병원체 바이러스 유전자 일부를 자체개발한 안전한 바이러스 전달물질에 넣어 접종하는 첨단 백신기술과 바이러스 유사 입자를 이용한 백신개발 원천 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전문 인력을 미국 국립보건원 백신연구센터에 파견해 지카바이러스 백신 개발을 위한 기술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녹십자와 녹십자엠에스는 지난 18일 국제백신연구소와 지카바이러스 연구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녹십자는 독감과 수두 등 다양한 백신 개발 노하우와 생산기술을, 녹십자엠에스는 지카바이러스 진단키트인 제네디아를 개발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국제백신연구소가 보유한 지카바이러스 균주를 사용해 동물모델 개발 등 기초연구와 백신 개발 가능성을 연구할 예정이다. 이병건 녹십자홀딩스 대표는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지카바이러스의 백신 개발을 위한 첫 걸음을 내딛게 된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지카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해 실용화하기까진 수 년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지카바이러스 감염증, 뎅기열 등이 속한 ‘플라비 바이러스’는 백신 효과를 결정하는 면역원성을 형성하기 어려운데다 백신을 출시하려면 다단계 임상시험을 거쳐 효과를 입증해야만 한다.

이 때문에 지카바이러스 백신의 국산화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국내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카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해도 시장성이 있는지 판단이 안 설 텐데, 어떻게 대규모 투자를 하겠느냐”며 “임상시험까지 진행하려면 수천억원에서 수조원까지 리스크를 안아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이를 감당할 제약사가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 질병관리본부(CDC)에서 주관하고 다국적 제약사가 진행하는 방식이 아니면 백신 개발은 힘들 것”이라고 했다.

지카바이러스 감염증이 신생아 소두증 출산, 사산과 조산, 태아의 실명, 신생아 뇌 발달 저해, 성인의 뇌세포 파괴, 길랑-바레 증후군 등 신경병증 유발 등과 연관되고, 성 접촉을 통해 전파되는 등 생각보다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미국 보건당국은 모기 퇴치와 백신, 치료법 개발에 대한 자금 투입을 확대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3월 미국과 인도 등의 15개 회사가 지카 바이러스 백신개발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부분의 백신 개발이 초기 상태이고 표준화된 동물실험 모델과 시약이 없어 개발이 늦어지고 있다고 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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