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친구, 애인… 누가 나의 고독 가장 잘 알까?

 

외로움이 병적으로 심해지면 뇌의 구조와 기능을 변화시킨다. 한 예로 고독에 빠진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부정적인 얼굴 표정에 민감하다. 이런 뇌 상태는 외로움을 더욱 가중시킨다. 외로움을 잘 이겨내기 위해선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처럼 외로운 사람의 심정을 가장 잘 헤아려줄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독일 쾰른대학교 연구팀이 최근 평균 연령 18세의 젊은 성인 463명을 대상으로 고독을 느끼는 정도를 평가하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가령 “평소 얼마나 자주 소외감을 느끼는가”와 같은 질문에 답하도록 한 것이다.

또 실험참가자들의 부모 중 한 명, 가장 친한 친구, 연인을 대상으로도 실험참가자의 고독한 상태를 묻는 설문에 응하도록 했다. 그리고 각각의 평가가 얼마나 상관성을 보이는지 확인했다. 삶에 대한 만족도를 기준으로도 실험참가자와 그들의 지인을 대상으로 동일한 방식의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고독감에 대한 실험참가자들의 셀프 보고와 지인들의 대답 사이에는 연관 지점이 있었다. 통계학적 수치로 표현하면 실험참가자의 점수와 절친한 친구의 점수 사이의 상관성은 0.37, 연인과는 0.66, 부모와는 0.43의 수치를 보였다. 삶의 만족도에서도 유사한 수치가 나왔다.

이 같은 수치에 따르면 연인이 친구나 부모보다 실험참가자들의 고독감을 잘 이해하는 경향을 보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통계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실험참가자들이 매긴 점수와 그들의 연인이 매긴 점수는 큰 차이가 없다. 반면 부모와 친구는 실험참가자들의 고독함을 상대적으로 과소평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 부모가 내린 평가와 친한 친구의 평가는 큰 연관성이 없었지만, 부모와 연애 상대의 평가는 연관성이 있었다. 연인이 가지고 있는 정보와 부모가 갖고 있는 정보 사이에 공통분모가 있다는 의미다.

마찬가지로 친구의 평가와 연인의 평가 역시 연관성이 드러났다. 친구가 알고 있는 정보 역시 연인이 공유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는 의미다. 이를 종합해보면 연인이 부모와 친구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번 연구는 외롭거나 우울한 사람의 주변 사람들 중 누가 가장 상대방의 고독함을 가장 잘 판단할 수 있는지 확인한 연구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단 연령대별, 문화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일반화하기엔 아직 한계가 있다. 또 실험참가자의 지인들이 실험참가자의 행동, 환경적 요건 등 어떤 것을 단서로 이 같은 판단을 내리는지에 대한 분석도 필요하다.

추가적인 입증이 필요하지만 그래도 이번 연구를 통해 우울한 사람의 상태는 연인이 가장 먼저 눈칠 챌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우울하고 고독한 사람의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선 연인의 판단과 역할이 크다는 추론이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성격연구저널(Journal of Research in Personality)’에 실렸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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