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러닝 승부수… 삼성메디슨 실적 개선 시동

지난해 영업적자를 내며 부진의 늪에 빠진 삼성메디슨이 삼성전자의 IT기술을 초음파 진단장비에 도입하며 실적 개선에 시동을 걸고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메디슨은 지난 21일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을 접목해 자사의 초음파 진단기기인 ‘RS80A’의 성능을 대폭 개선했다고 밝혔다.

인공신경망 기술을 기반으로 한 딥러닝은 사람의 뇌가 수많은 데이터 속에서 패턴을 발견해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을 컴퓨터가 모방해 사물을 분별하도록 한 것이다. 최근 이세돌 9단과 바둑 대국을 펼친 ‘알파고’도 딥러닝 방식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이다.

딥러닝이 적용된 삼성메디슨의 초음파 진단기기 RS80A는 ‘S-Detect’라는 기능을 통해 한 번의 클릭으로 유방 병변의 특성과 악성, 양성 여부를 제시해준다. 1만개에 이르는 유방조직 진단 사례가 수집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사용자의 최종 진단을 돕는 기능이다.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딥러닝 기술은 병변의 경계 지정, 선택한 부위의 조직적 특성 추출, 악성 및 양성 판정 등 진단과정 전반에 걸쳐 적용됐다. 영상인식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기법을 바탕으로 장비 사용 목적에 맞게 소프트웨어를 최적화시켰다는 게 업체의 설명이다.

삼성서울병원 영상의학과 한부경 교수는 “임상테스트에서 조직 검사를 통한 결과와 S-Detect를 활용한 결과가 상당히 높은 수준의 일치도를 보였다”며 “S-Detect를 통해 불필요한 조직검사를 줄이고, 양성으로 잘못 진단할 가능성이 높은 악성 병변을 정확하게 진단해 내는 것은 물론, 가장 의심스러운 병소가 어디인지를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삼성전자의 최신 IT기술을 적용한 삼성메디슨의 프리미엄급 초음파 진단기기들이 실적 개선의 견인차가 될지 관심을 모은다. 삼성메디슨은 중저가 초음파 진단기기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GE, 필립스, 지멘스 등이 버티고 있는 프리미엄급 초음파 진단기기 시장에 승부수를 던졌다.

영상의학과용 RS80A와 산부인과용 ‘WS80A’가 연구개발 끝에 나온 삼성메디슨의 프리미엄 초음파 진단기기들이다. 삼성메디슨은 이들 장비에 삼성전자의 최신 소프트웨어 기술을 적용해 업그레이드하고, 국내외 연구 등 학술마케팅을 적극 지원하면서 연내 흑자전환을 도모하는 한편, 프리미엄급 시장을 넓혀간다는 방침이다.

RS80A는 S-Detect 외에도 실시간 초음파 영상을 CT나 MRI 이미지와 동시에 비교분석할 때 환자의 호흡 차이 등으로 생기는 이미지 변화를 최소화시켰고, 혈류와 혈관의 표현을 강조해 조영 증강 영상을 구현하는 기능의 선명도도 높였다. 혈관벽 두께와 혈관 내벽의 지방성 침전물의 크기를 3차원으로 표현해 정량적 분석을 쉽게 해주는 기능도 추가로 탑재했고, 영상의 노이즈 감소와 근골격계 부위의 고해상도 이미지 제공 기능도 새로 적용했다.

WS80A는 태아의 심장을 3D로 스캔해 혈류 흐름까지 보여주는 ‘5D 하트 컬러’ 기술을 탑재했고, 태아의 겉모습뿐 아니라 골격구조까지 선명하게 볼 수 있는 ‘크리스탈뷰’ 기능도 도입했다.

영상의학 분야에서 이러한 최신 IT기술의 접목은 글로벌 트렌드이다. 다국적 의료기기 업체인 GE와 필립스는 지난해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북미방사선의학회에서 각각 50만대가 넘는 영상 진단기기를 연결하는 의료용 클라우드 플랫폼, 여러 의료용 영상정보를 분석해주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소개했다.

삼성메디슨의 RS80A는 이번 달 국내는 물론 유럽, 중동 지역에 먼저 판매된다. 북미와 남미, 중국, 러시아 등에서는 국가별 인허가 일정에 따라 판매가 시작될 예정이다. 현재 RS80A는 미국 메이요 클리닉과 독일 샤리테 대학병원, 서울대학교 병원, 중앙대학교 병원 등 주요 병원에 설치돼 있다.

전동수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장 겸 삼성메디슨 대표이사는 “삼성이 앞선 IT와 디스플레이 기술뿐 아니라 딥러닝과 같은 최신 소프트웨어 기술을 활용해 더 빠르고 정확한 진단 결과를 제공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혁신적인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선보여 삼성 초음파 기기가 전 세계 환자의 효과적 조기 진단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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