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심의 숨은 동기, 뇌를 보면 안다

자진해서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원동력은 뭘까.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들의 의도를 정확히 집어낼 수 있는 방법은 아직까지 없다. 이타적인 행동은 진짜 목적과 의도를 위장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의 속내를 들여다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의도를 앞으론 기계가 파악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으로 보인다.

최근 스위스 취리히대학교 연구팀이 이타적인 행동 뒤에 숨은 동기를 밝히기 위해 뇌의 활성도 패턴을 해독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실험참가자들을 모집해 파트너와 주어진 자금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선택하는 게임에 참여토록 했다. 실험참가자들은 본인이 10파운드(약1만6000원), 파트너가 2파운드를 가지도록 배분해 본인이 금전적인 이득을 얻는 선택을 할 수도 있고, 자신은 4파운드, 상대방은 10파운드를 갖는 이타적인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실험 결과, 실험참가자들은 종종 상대방이 좀 더 많은 돈을 가져갈 수 있도록 이타심을 발휘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처럼 이타심을 발휘하는 동기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연구팀은 실험참가자들을 서로 다른 두 가지 상황에 놓이도록 했다.

실험참가자의 절반에게는 그들의 파트너 중 한명이 전기충격을 받는 모습을 지켜보도록 한 다음 연민과 동정심을 느끼도록 유도했다. 또 나머지 절반에게는 직접 전기충격을 가한 뒤 그들의 파트너 중 한 명이 이를 지켜보도록 했다. 그리고 그들이 전기충격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파트너가 자신의 금전적 이익을 포기하는 모습을 보도록 했다.

실험 결과, 두 가지 실험방법 모두 실험참가자들의 마음을 울리는 동기가 됐다. 즉 실험참가자들은 자신의 파트너와 중립적인 관계에 있을 때보단 연민의 감정을 느끼거나 신세를 졌다고 생각할 때 좀 더 이타적인 행동을 하려는 경향을 보였다는 것이다.

또 이 같은 결정을 내릴 때 연구팀은 기능성 자기공명영상법(fMRI)를 이용해 실험참가자들의 뇌 활성도를 측정했다. 스캔 결과, 이 같은 동기가 일어날 때 특별히 특정한 뇌 영역이 더 활성화된다거나 덜 활성화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대신 연민의 감정을 느낄 때와 친절에 보답해야 한다고 느낄 때 뇌 영역간의 상호작용에는 차이를 보였다. 연구팀은 ‘학습 알고리즘’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컴퓨터가 감정이입과 보답이라는 동기를 구분할 수 있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개인의 희생적인 행동 뒤에 숨은 동기를 예측하는 프로그램의 정확도는 68%로 나타났다.

이 같은 실험결과를 통해 볼 때 기계가 인간의 이타적인 행동의 동기를 파악하는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연구팀의 주장이다. 단 68%라는 정확도는 100%와는 아직 거리가 있다는 점에서 기계의 추론 능력을 맹신할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한 상황이다.

이타주의 행동 뒤에는 연민, 보답 외에도 좋은 업보를 쌓아야 한다는 무의식, 대외적으로 좋은 이미지를 형성해야 한다는 의지 등 또 다른 의도가 숨어있기 때문에 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단 컴퓨터가 이타심을 유발하는 좀 더 다양한 예시를 학습토록 하면 정확도가 높아질 것으로 유추된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과학저널(Journal Science)’에 게재됐다.

문세영 기자 pomy80@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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