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 난임 해결 물질 국내서 세계 첫 발견

 

국내 연구진이 여성암 환자의 난임 원인을 밝히고, 이를 해결할 물질을 발견하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강남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 장은미, 최영석 교수팀은 4일 “쥐 실험을 통해 항암제인 시스플라틴이 원시난포세포를 지나치게 활성화시켜 조기 폐경을 유도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며 “항암치료 시 멜라토닌을 병용 투여해 이 세포의 과활성화를 막는다면 가임력을 보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백금계열 항암제인 시스플라틴은 난소암, 고환암, 방광암, 식도암, 폐암, 뇌종양 등에 흔히 쓰이는 항암제다. 시스플라틴 계열 약물이 난임을 유발한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지만, 이유가 무엇인지는 아직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쥐 100마리를 대상으로 백금계열 항암제인 시스플라틴을 1kg당 0.5, 1.0, 1.5, 2.0mg씩 5~14일간 매일 투여한 뒤 난소조직을 채취해 분석했다. 그 결과, 시스플라틴이 난소에 존재하는 원시난포세포를 과활성화시켰다. 이러면 세포가 빠르게 소모돼(번 아웃) 폐경이 앞당겨져 난임에 이른다.

연구진은 이후 가임력을 보존하기 위해 원시난포세포의 과활성화를 억제하는 물질로 멜라토닌을 시스플라틴과 함께 투여했다. 멜라토닌은 세포 독성을 줄여주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멜라토닌이 원시난포세포의 과활성화를 억제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장은미 교수는 “원시난포세포의 과활성화를 막을 수 있다면 항암치료를 받은 암환자의 상당수가 가임력을 보존할 수 있을 것” 이라며 “향후 후속 임상 연구를 통해 여성 암환자의 가임력 보존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암환자가 가임력을 보존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난자은행과 정자은행을 이용해 미리 난자와 정자를 보관하는 것이 유일하다. 장은미 교수는 “암치료 전에 난자나 정자를 보관하면 치료 후에 임신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난 2011년 강남차병원에서는 백혈병 환자가 치료 후 10년 만에 아이를 낳은 사례도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인 ‘플로스원(PLoS One)’에 실렸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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