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화이자, 바이오시밀러 ‘오월동주’

냉정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오월동주’는 전략적 선택이다. 해외에서 바이오시밀러를 놓고 경쟁하는 셀트리온과 화이자가 그렇다. 세계 최대 제약사인 화이자는 셀트리온이 개발한 램시마의 든든한 해외 판매 파트너지만, 또 다른 바이오시밀러들을 놓고서는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다.

램시마는 얀센의 류마티즘 관절염 치료제인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다. 셀트리온이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항체 바이오시밀러다. 지난해 초 유럽 주요국가에서 레미케이드 특허가 끝나면서 램시마의 처방실적은 급증했다. 2014년 유럽진출 후 누적 처방환자수 6만명을 넘어서 초기 대비 753%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시장점유율도 15%까지 늘렸다는 분석이다.

유럽 진출 당시 램시마의 해외 판매 파트너는 미국의 바이오시밀러 전문회사인 호스피라였다. 이 회사가 바이오의약품 진출을 선언한 화이자에 인수되면서 셀트리온은 세계 최대 제약사인 화이자를 파트너로 맞게 됐다. 화이자는 지난해 10월 호스피라 인수를 마치면서 북미 지역에서 램시마의 판권을 이어받았다. 유럽 내 램시마 파트너사는 국가별로 다르다.

화이자는 호스피라 합병을 위해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유럽에서 포기했다. 미국에서도 사정은 비슷할 전망이다. 반독점법 때문에 북미시장에서 화이자는 자사 제품을 만들어 팔든 램시마를 팔든 양자택일해야 한다.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시장인 미국은 아직 바이오시밀러에 문을 열지 않은 상태다.

램시마는 올해 미국 FDA 자문위원회의 승인 권고를 받아 미국 진출이 유력하다. 화이자로서는 세계 최초 타이틀을 달고 유럽에서 신뢰를 쌓은 램시마에 힘을 실어 북미시장의 빗장을 열고 램시마 판매에 집중하는 게 아무래도 이득이다. 최근 유럽크론병 및 대장염학회(ECCO) 회원 설문 조사를 보면 램시마 출시 후 항체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유럽 의료진의 신뢰도는 80%까지 높아졌고, 2명 중 1명가량은 오리지널과 교체 처방할 뜻이 있다.

하지만 램시마가 아닌 또 다른 바이오시밀러라면 사정이 다르다. 화이자의 바이오시밀러 개발 속도가 셀트리온과 암젠,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경쟁사들에 크게 뒤처지지 않기 때문이다. 호스피라를 인수하면서 화이자의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은 양적으로 확대됐다. 인수 전 호스피라가 개발 중인 바이오시밀러 품목은 총 10개에 이른다.

이를 바탕으로 화이자는 현재 류마티즘 관절염 치료제인 휴미라와 레미케이드, 항암제인 아바스틴과 허셉틴, 리툭산의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위한 임상3상에 진입한 상태다. 셀트리온이 유럽에서 허셉틴과 리툭산의 바이오시밀러인 허쥬마와 트룩시마 출시를 준비하자 화이자는 이 두 개 바이오시밀러에 대판 판권을 지난해 반납했다. 맞불을 놓겠다는 것이다.

최근 셀트리온은 화이자가 반납한 허쥬마와 트룩시마의 유럽 판매와 마케팅을 대행할 파트너사를 일부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업체에 유럽 판권을 몰아주지 않고 공동 마케팅 방식으로 계약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의 트룩시마는 지난해 말 유럽의약품청(EMA)의 품목 허가 신청을 마쳐 올 하반기에 허가될 전망이다. 허쥬마는 현재 EMA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으며, 연내 미국 FDA에도 품목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램시마와 허쥬마, 트룩시마에 이어 셀트리온은 휴미라, 아바스틴의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임상시험을 연내 진행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휴미라와 아바스틴의 바이오시밀러 개발 속도는 화이자가 임상3상에 진입해 훨씬 앞서있다.

이 때문에 화이자는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셀트리온의 강력한 경쟁자로 꼽힌다. 김태희 현대증권 연구원은 최근 바이오제약 산업분석 보고서에서 “바이오의약품을 꾸준히 판매해 온 화이자와 암젠은 의사 네트워크가 더 좋을 수 있다”며 “신약에서 창출되는 막대한 자금으로 마케팅 여력 또한 더 클 것”으로 예상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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