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가 C형간염 신약 곧 건보 적용될 듯

최근 C형간염 집단 감염으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약은 단연 다국적 제약사 길리어드의 신약인 ‘소발디’(소포스부비르 성분)와 복합제 ‘하보니’(소포스부비르/레디파스비르)다. 기존 표준 치료요법보다 부작용은 적으면서 완치에 가까울 만큼 효과가 높고, 치료기간도 짧기 때문이다. 문제는 너무 비싸다는 데 있다. 일반 환자들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꾸고 있는 이 약에 조만간 건강보험이 적용될 전망이다.

지난해 9월과 10월에 각각 보건당국의 승인을 받은 소발디와 하보니는 올해부터 비급여로 출시됐다. 12주 치료에 각각 3800만원, 4600만원 정도다. 1억원 안팎인 미국 약값의 40%, 일본 약값과 비교하면 70% 수준이지만, 환자들의 부담은 이만저만 아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면 비급여가의 30% 수준까지 약값이 내려간다.

일단 건강보험 급여를 받기 위한 첫 관문은 넘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는 지난 24일 회의를 소집해 소발디와 하보니에 대한 급여가 적정하다고 평가했다. 국내 승인된 약이 건강보험 급여를 받으려면 약제급여평가위를 거쳐야 건강보험공단과 약가를 협상할 수 있다. 경제성평가는 지난 달 마쳤다.

60일 기한으로 진행되는 약가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되면 보건복지부의 약가고시를 거쳐 7월부터 소발디와 하보니에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그러나 협상과정에서 예상되는 난관도 몇 가지 있다. 약제급여평가위가 만성 C형간염 유전자 1형 환자에서 소발디와 하보니의 급여를 일부 제한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국내 C형간염 환자의 95%는 유전자 1b형과 2형이다. 유전자 1형은 기존 표준치료제인 인터페론 주사제에 대한 치료반응률이 2형보다 낮고, 부작용도 심해 소발디, 하보니와 같은 먹는 신약이 더 필요하다. 그런데 이미 선수 친 약이 있다. BMS가 지난해 8월 유전자 1b형을 적응증으로 국내에 처음 먹는 C형간염 신약을 출시했다. 이른바 닥순요법으로 불리는 다클린자(다클라타스비르), 순베프라(아수나프레비르) 병용요법이다.

유전자 1b형 환자는 C형간염 환자의 절반에 이르는 가장 흔한 유형이다. 지난 원주 한양정형외과 C형간염 집단 감염 피해자의 대부분이 여기에 해당된다. 닥순요법은 유전자 1b형 환자에서 90% 이상, 내성 변이가 없는 환자에서는 완치에 가까운 99%의 치료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오자마자 이 약은 단숨에 1백억원어치나 팔리며 말 그대로 대박을 쳤다.

닥순요법은 보험급여도 매우 낮게 책정됐다. 24주 치료를 기준으로 상한가가 863만원에 결정됐다. 먹는 약의 본인부담률 30%를 감안하면 환자들은 260만원만 내면 된다. 기존 인터페론, 리바비린 표준치료제보다 싸다. 인터페론 주사요법을 기반으로 한 기존 표준치료제는 원내 처방해야 돼 본인부담률 50%로 약값이 392만원이다.

이런 상황에서 길리어드로서는 유전자 1형에서 급여가 일부 제한되면 하보니가 타격을 받게 된다. 하보니는 유전자 1형 치료에서 닥순요법보다 경쟁우위를 확보한 약이다. 유전 1b형에만 쓸 수 있는 닥순요법과 달리 유전자 1형에 모두 쓸 수 있고, 치료기간도 12주로 2배 정도 짧은데다 한 번에 두 약을 같이 먹지 않아도 되는 단일정 복합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약제급여평가위가 닥순요법과 약값 차이를 고려해 유전자 1b형에서 하보니의 급여를 제한하면 닥순요법과 시장을 나눠가져야 한다. 예컨대 국내에서는 드문 유전자 1a형 피해자가 나온 서울 다나의원 감염자에게는 쓸 수 있지만, 1b형인 원주한양정형외과 피해자에서는 쓰기 힘들어진다.

그래도 임상 현장에서는 하보니의 급여 출시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국내 한 대학병원 내과 교수는 “유전자 2형에서 기존 치료에 실패한 경우나, 노인 환자들에게 하보니를 쓸 생각을 갖고 있다”며 “C형 간염 신약을 출시한 제약사들이 목표와 타깃을 어떻게 정하는지도 지켜볼 부분”이라고 말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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