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헬스케어 플랫폼’ 전쟁 중

 

지난 21일 애플이 ‘케어킷’을 공개하면서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전쟁은 새로운 전개를 맞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연결된 개인을 어떻게 플랫폼에 참여시켜 데이터를 모을 것인가에서 이제는 플랫폼에 모인 데이터를 의료연구에 쓰고, 개인의 치료 관리를 위한 맞춤형 앱을 개발하는 단계까지 왔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골든타임’은 이미 끝자락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애플은 지난 2014년에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인 ‘헬스킷’을 처음 선보였다. 헬스킷은 건강과 피트니스 관련 앱들을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연동해 모은 플랫폼이다. 미국 내 대형병원의 3/4과도 연동돼 개발자들에게 공개됐고, 이듬해 3월 ‘리서치킷’의 등장을 이끌었다.

의학 연구자와 개발자들에게 오픈소스로 공개된 리서치킷은 애플의 아이폰을 의학 연구용 도구로 변모시켰다. 리서치킷은 의사와 과학자들이 연구 참가자들의 데이터를 모을 수 있는 프레임워크다. 최근 공개된 케어킷은 앱 개발자들이 개인 맞춤형 치료 관리를 위한 앱을 만들 수 있도록 한 개발도구다. 사용자 치료에 더욱 깊숙이 개입하는 프레임워크인 셈이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환자들을 위한 알림 기능과 운동량 측정 등 단순한 기능을 가진 독립된 앱과 웨어러블 기기만으로 부가가치를 만들 수 없다. 스마트폰으로 환자들이 연결돼 있다고 해서 전부가 아니다. 환자들의 참여로 데이터를 모으고, 맞춤화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구심점 역할을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애플의 헬스킷은 구글의 ‘구글핏’보다 강력하다. 구글핏은 각종 건강 관련 앱에서 만들어진 정보를 받아서 공유해주는 데이터 중앙 저장소 역할을 하고, 외부 개발자가 이 데이터를 활용해 통합 관리 앱을 만들 수 있도록 허용해준다.

반면, 헬스킷은 모아진 데이터를 아이폰 운영체제인 iOS에 탑재된 헬스 앱으로 한눈에 보여주고, 통합 관리해준다. 여러 건강 관련 앱을 열어볼 필요 없이 통합 관리 앱에서 모니터링하고, 건강 관련 데이터를 입력해 수집할 수 있다. 제3의 웨어러블 기기와 앱을 통해 수집된 데이터도 분석해준다. 즉 헬스킷이 보다 개인의 건강관리 서비스에 특화된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을 선점하기 위한 세계 각 기업의 경쟁은 속도를 더하고 있다. 세계적 컴퓨터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도 ‘MS헬스’라는 클라우드 기반의 개방형 헬스케어 플랫폼을 내놔 웨어러블 기기와 건강 관련 앱에서 데이터를 모으고 있다. IBM은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을 이용해 클라우드에 모인 의료정보를 분석해주는 ‘왓슨헬스클라우드’를 선보였다.

세계적 의료기기 기업들도 군침을 흘리고 있다. 지난해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북미방사선의학회에 참여한 GE와 필립스는 자사의 기술을 활용한 헬스케어 플랫폼을 제시했다. GE는 50만대가 넘는 영상진단장비를 연결하는 의료용 클라우드 플랫폼을, 필립스는 여러 의료용 영상정보를 분석해주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소개했다.

ICT 강국인 우리나라도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전쟁에 뛰어든 상태다. 애플과 스마트폰 시장을 나눠 갖고 있는 삼성전자가 지난 2014년부터 클라우드 기반의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인 ‘사미’를 내놓으며 구체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미래서비스 과제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통해 개인 건강정보를 기반으로 생활습관을 개선해주는 개방형 ICT 힐링플랫폼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개인의 건강정보가 수집되는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이 활성화될 여건이 미비해 속도를 못 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해 ‘제조 및 서비스 융합 활성화를 위한 규제 개선과제’ 보고서를 통해 개인정보보호법과 의료법의 제약, 모바일 의료용 앱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점 등을 관련 산업 발전의 걸림돌로 봤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의 발전을 위한 골든타임을 우리나라가 놓치고 있다며 우려한다. 성균관대 휴먼ICT융합학과 최윤섭 교수는 “IT기술에 적용돼 온 무어의 법칙에 비춰봤을 때 이미 체스판의 후반부에 접어들었다”며 “앞으로 3년 정도가 아주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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