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엉덩이, 넓은 골반… 여체 본질 가식 없이 표현

이재길의 누드여행(22)

으젠느 앗제 – 감출 수 없는 본능의 아름다움, 누드

20세기 초반, 대부분의 사진가들은 대상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이른바 ‘스트레이트 포토(Straight Photo)’를 지향했다. 피사체를 고스란히 담아내 그 본질을 고스란히 투영하고자 했던 사진에서의 직설화법이 매우 엄격했던 것. 그런데 이런 사실주의 운동의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킨 사진가가 등장한다. 바로 이름부터 내밀한 프랑스 사진가 으젠느 앗제(1857~1927)였다.

오늘날 앗제의 사진은 ‘현대사진의 교과서’로 불리며 세기에 남는 정통 예술사진으로 알려지지만, 당시 그가 찍은 사진 대부분은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었단 사실! 이런저런 피사체들을 찍은 그는 화가들에게 이를 자료사진으로 판매해 생계를 유지했다.

그는 기록사진을 고집했다. 때론 빵, 우유, 설탕 말고는 아무 것도 먹지 않는 괴짜 같은 성격 탓에 그는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장소나 시간에 촬영하기를 좋아했다. 이런 작업태도는 그만의 고유한 예술성을 드러나게 만들었으며, 당시 초현실주의 사진가들에게도 큰 영감을 선물해 주었다. 당시 초현실주의 작품 활동을 하던 사진가 만레이의 스튜디오에서 조수로 있던 베레니스 애보트는 앗제의 열렬한 지원자였다.

내성적이며 소심한 성격의 그는 사람들을 피해 사진을 찍은 적도 많았다. 앗제가 촬영한 사진 속에서 사람들의 모습을 찾는 것이 쉽지 않은 까닭이다. 텅 빈 공간, 우두커니 선 전봇대가 그의 사진 속 ‘등장인물’들이었다.

그러나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고독으로 가득한 이런 그의 사진세계가 애타게 갈구했던 대상은 바로 ‘인간존재’였다. 부끄러움이 많았던 그가 카메라로 담아낸 누드에는 삶이 노래를 한다. 인간의 냄새가 난다. 가슴을 자극하는 묘한 에너지가 있다. [사진1, 사진2]

앗제의 사진 속 여체를 살펴보라. 날씬하거나 굴곡이 아름다운 몸매를 지니고 있지 않다. 큰 엉덩이다. 넓은 골반이다. 굴곡이 없는 여체가 지니는 선은 그의 사진에서는 그다지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그는 여체가 지니는 본질적인 아름다움만이 가장 에로틱한 감동을 자아낸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관능적인 몸매로부터 풍겨나는 강력한 섹슈얼리티나 에로틱한 냄새는 그의 사진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앗제가 천착한 것은 본능적 욕망이었다. 격렬한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여인의 모습을 촬영은 누드사진을 보라.[사진3, 사진4] 사진에는 여인을 향한 숨길 수 없는 본능적인 욕망이 세포처럼 담겼다.

관음적인 시선으로 그는 세상을 들여다본다. 여인의 누드에는 앗제의 설렘과 감동이 전해진다. 카메라 프레임을 들여다보면서 떨리는 손으로 셔터를 눌렀을 앗제의 숨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것만 같다. 풍부한 계조(階調·짙고 옅음의 단계적 차이)로 표현된 흑과 백이 일궈내는 분위기, 그리고 여체와 카메라가 갖는 묘한 거리감을 통해 전해지는 긴장감 속에서 누드를 향한 그의 뜨거운 마음이 느껴지는 것이다.

앗제의 사진 속 여인은 마치 가장 편안한 자세로 안식을 취하는 신화 속 주인공을 연상케 한다. 창틀에 살며시 내려앉은 햇살의 온기가 여체의 속살을 한 폭의 그림처럼 드러낸다. 보드랍고 따뜻한 여인의 살결, 가식이 없는 포즈, 자유로운 화면 구성과 세련된 흑백의 조화는 마치 영화 속 세계를 마주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렇듯 앗제의 사진 속 여인의 누드는 성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넘어 인간존재를 나타내는 아름다운 실체요, 우주적인 감동이다. 강렬한 섹슈얼리티에 내재된 인간의 순백함을 통해 진정한 예술의 아우라가 피어난다.

※ 이재길의 누드여행 이전 시리즈 보기

(21) 평범한 일상 속의 섬광 같은 섹슈얼리티

(20) 여체에 대한 호기심과 설렘 노골적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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