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리어드-BMS, C형간염 치료 자존심 대결

길리어드 사이언스 코리아(대표이사 이승우)와 한국BMS제약(대표이사 박혜선)은 국내 간염치료제 시장의 양대 산맥이다. 두 회사의 자존심 대결은 B형 간염 치료제 시장에서부터 시작됐다.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BMS의 ‘바라크루드’와 ‘내성 제로’라는 강력한 무기를 가진 길리어드의 ‘비리어드’간의 싸움이 그것이다. 양사의 이런 경쟁 열기는 C형 간염 치료제 시장으로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C형 간염은 지난 해 12월 다나의원(서울 양천구)과 충북 제천, 강원도 원주의 집단 감염 사태로 집중 조명을 받은 질환이다. 건강보건심사평가원의 빅데이터 자료에 따르면 2015년 현재 C형간염 환자는 4만 3490명이다. C형 간염 바이러스(HCV)는 급성간염, 만성간염, 간경변증, 간암 등의 위험을 높이는데 국내 간암 환자의 20%는 만성 C형 간염이 원인이다.

C형 간염에 대한 표준치료법은 ‘인터페론+리바비린’ 병용요법으로, 비싼 약값과 함께 부작용이 한계로 지적되어왔다. 발열과 전신근육통 같은 독감 유사증상을 비롯해 우울증, 불면증 등 정서문제, 그리고 백혈구감소, 빈혈, 갑상선 기능 장애, 탈모 등이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환자의 유전자형(1a, 1b, 2, 3, 4, 5, 6)에 따라 약물 반응율도 제각각이어서 많은 환자가 치료 실패를 겪었다. 이로 인해 인터페론과 리바비린의 병용치료를 받은 뒤 12주째 지속 바이러스 반응율은 62.7%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길리어드의 ‘소발디’와 BMS의 ‘다클린자’ 두 약제 모두 표준요법에 비해 부작용이 적고 완치율은 높아 의료계의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스타트는 BMS가 빨랐다. 한국BMS는 지난해 8월 국내 최초의 경구용 C형 간염 치료제를 시장에 내놨다. 다클린자(다클라타스비르)와 순베프라(아수나프레비르)의 병용 요법이 바로 그것이다. 의료계에서는 ‘닥순요법’으로 불리며 무서운 기세로 시장을 확보해나가고 있다. 다클린자는 대상성 간질환(간경변 포함)을 가진 성인 환자에게 다른 약제와 병용해 ‘1b형’ 만성 C형 간염의 치료제로 허가됐다. 닥순요법은 24주 경구 투여법으로, 주사제와 경구제의 병용치료를 채택했던 기존 치료법에 비해 국내 최초 완전 경구 투여로 환자의 편의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BMS의 닥순요법은 완치율이 91%고 내성 변이가 없는 환자에게는 완치율이 99%까지 올라간다.

길리어드의 ‘소발디(소포스부비르)’와 ‘하보니(소포스부비르+레디파스비르)’도 지난해 9월, 10월에 각각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소발디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동시 감염 환자 및 대상성 간경변 환자를 포함한 유전자형 1, 2, 3, 4형 만성 C형 간염 치료에 적응증을 획득했다. 하보니는 현재까지 유전자형 1형 만성 C형간염 치료제로 허가 받은 유일한 만성 C형 간염 단일정복합제(STR, Single Table Reigimen)이다. 하보니는 12주 치료로 99%의 높은 완치율을 보이고 있다. 특히 기존 표준 요법의 극심한 부작용 때문에 치료를 중단했거나 마땅한 치료제가 없었던 환자들에게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지난해 10월 열린 대한간학회 주최 ‘C형 간염 진료 가이드라인 개정안 공청회’는 길리어드에 유리했다. 다클린자+순베프라(이하 닥순요법) 병용 요법과 소발디, 하보니 등 최근 잇따라 출시된 C형 간염 치료제들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이 자리에서 발표됐는데, 길리어드의 하보니와 소발디가 전체적으로 1순위 약제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하보니와 소발디는 나란히 유전자 1형에서 최고 등급인 A1 등급을 획득했다. BMS의 닥순요법도 유전자 1b형에서 A1 등급을 권고 받았다. 하지만 치료 전 내성 관련 변이 검사를 시행해 변이가 검출되면 다른 약제로 치료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일부에선 두 회사의 약제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보니’는 유전자 1형에서 자유롭게 처방이 가능한 반면 ‘닥순요법’은 특성 내성변이 없는 유전자 1b형의 환자에게만 처방되기 때문이다. 즉 적응증이 겹치는 부분인 1b형에서의 비교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국내에서 비교적 흔히 발견 되는 ‘1b형’ C형 간염 환자는 전체 C형 간염 환자의 45.4%다. 이번 원주 한양정형외과병원의 C형간염 집단 감염 사태 피해자들 대부분 ‘1b형’ 환자들이다.

BMS가 닥순요법과 길리어드 하보니의 성분인 ‘소포스부비르+레디파스비르’를 간접 비교한 결과에 따르면 두 약제는 동등한 지속 바이러스 반응(SVR, Sustained Virologic Response)을 보였다고 한다. 12주째 지속적인 바이러스 반응율(SVR12) 검사 결과 닥순요법은 99.3%로 100% 반응률을 보인 하보니와 차이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또 이상반응으로 인한 치료 중단율 역시 비슷한 수준이라고 했다.

양사의 C형 간염치료제 가격이 더 주목을 받는 이유다. 닥순요법은 급여출시 당시부터 파격적인 약가로 업계의 시선을 받았다. 표준 치료 요법(환자 본인부담금 392만원) 보다 낮은 가격으로 급여를 획득해 환자 본인부담금은 259만원(24주 투여)으로 줄었다. 기존 요법보다 반응율, 완치율에서 개선이 두드러지면서도 가격부담은 낮춘 것이다. BMS는 닥순요법을 빅4 병원에 성공적으로 랜딩 시키며 급여 출시 5개월 만에 처방액 100억을 기록했다.

길리어드의 하보니는 다나 의원 사태 당시 1a형 간염의 유일한 치료제로 떠올랐으나 12주 치료에 4600만원에 이르는 약가로 인해 피해자들이 급여 출시를 학수고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나 의원 사태의 피해자인 1a형 C형간염 감염자 K씨(35세)는 “정부가 이번 C형 감염 집단감염 피해자들을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치료제인 하보니를 최대한 빨리 싼 값에 이용할 수 있게 해줘야한다”고 호소했다. 길리어드 측은 하보니의 급여출시와 관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절차가 마무리된 후 건강보험공단과 약가 협상에 들어가는데, 최소 3개월에서 조금 더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송영오 기자 song05@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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