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병 보험 거부… 아프면 서러운 고령화 시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우리나라도 만성질환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심뇌혈관질환의 주된 원인인 고혈압과 당뇨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하루가 멀다 하고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팍팍한 살림에 병 한 번 앓거나 수술이라도 받으면 보험회사로부터 가입을 거절당하기 일쑤여서 그야말로 아프면 서럽기만 한 게 현실이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고혈압과 당뇨병 등 만성질환에 시달리는 인구는 지난해 800만명에 이른다. 우리나라 국민 6명 중 1명꼴이다. 30세 이상만 따지면 4명 중 1명은 고혈압 환자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30세 이상 남성 3명 중 1명, 여성 10명 중 1명은 고지혈증 환자다. 고지혈증 역시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이는 만성질환의 하나다.

젊을 때부터 만성질환 관리가 잘 안 돼 병을 키우는 양상이다. 30~35세 미만 고혈압 환자 중 로컬의원을 찾아 지속적으로 처방받는 비율은 63%에 불과하다. 합병증 예방과 조기발견을 위해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는 만성질환자도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심평원에 따르면 의원에서 당화혈색소와 지질, 안저 검사 시행률은 각각 72.7%, 72.3%, 37%에 그치고 있다.

만성질환의 증가로 의료비가 폭증하면서 서민가계를 옥죄고,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 지난해 건강보험 외래를 기준으로 고혈압과 당뇨병에 쓰인 진료비는 1조700억원으로 전체 진료비의 3%, 관련 약품비는 2조원으로 전체 약품비의 14.7%를 차지했다. 특히 당뇨병 약품비는 연평균 약 10%로 전체 약품비의 연평균 증가율을 9배 이상 앞서는 추세다.

국민 10명 중 7명이 의료비 부담을 덜려고 민간보험에 가입했어도 만성질환자들은 소외되기 십상이다. 국내 한 보험사 조사를 보면 30세 이상 남성 3명 중 1명, 여성 4명 중 1명은 고혈압과 당뇨병,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으로 보험가입을 거절당하고 있다. 만성질환뿐만 아니라 과거 수술 받은 이력만 있어도 보험에 가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50세 남성 A씨는 “고혈압과 당뇨병로 약을 먹고 있다고 해서 보험 가입을 거절당했다”며 “직장 생활하면서 건강검진을 받아보면 주위 사람들도 이 정도 병은 다 안고 살던데 나만 그런가 싶다”고 말했다. 37세 여성 B씨는 “7년 전 갑상선암 수술을 받아 보험가입이 어렵다”며 “병원비가 만만치 않던데 보험에 영영 가입할 수 없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자 최근 보험업계에는 유병자를 대상으로 한 보험상품이 등장했다. 과거에 보험가입이 거절된 유병자들도 지금 건강하다면 간편심사를 통해 보험에 가입시켜주고 있다. 35~60세까지 고혈압과 당뇨병,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이나 과거 병력이 있는 사람이라도 몇 가지 질문만 통과하면 보험에 가입시켜주는 상품이다.

예컨대 최근 3개월 내 입원, 수술, 재검사 등에 대한 의사 소견을 받았는지, 최근 2년 내 질병이나 사고로 입원 또는 수술을 받았는지, 최근 5년 내 암으로 진단받거나 이로 인해 입원, 수술을 받았는지를 따져 여기에 해당되지 않으면 누구나 보험에 가입하게 해주는 것이다.

KDB생명 다이렉트사업부 박장배 부장은 “실손보험 상품에는 10~20%의 자기부담금이 존재한다. 실손보험에 가입돼 있으나, 이후 병력에 따라 다른 보험에 가입하기 어려운 사람은 간편심사보험을 통해 실손보험의 자기부담금을 보완하는 목적으로 활용 가능하다”며 “인터넷으로 직접 가입하면 오프라인보다 20~30% 저렴하게 가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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