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맞수] ‘주름개선’ 시장 놓고 원조 VS 국산 대격돌

혁신적인 신약이 나오면 전 세계가 흥분한다. 애타는 환자와 가슴 졸이는 환자 가족들은 구세주를 만난 것과도 같다. 더욱 다행인 것은 한 가지 병을 치료하기 위한 신약이 등장하면 경쟁을 통해 또 다른 신약이 고개를 내밀고, 이들 신약의 특허가 끝나기 무섭게 효능은 비슷하면서 보다 값싼 복제약이 나와 환자들의 부담을 덜어준다. 축구에서 메시와 호날두가 경쟁하며 전 세계 축구팬을 열광시키듯이 의약품도 맞수와 경쟁하며 환자의 편익을 높인다. 코메디닷컴은 치열한 경쟁 속에 성장의 열매를 맺고 있는 맞수 의약품들을 소개해 미래 의약품 시장을 조망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보톡스’는 세계적으로 안티에이징(항노화)의 대명사다. 제품 이름인 보톡스가 성분명인 ‘보툴리눔 톡신’을 대신할 정도다. 미국의 미용의료기기 전문사인 엘러간이 개발한 보톡스는 전 세계 미용성형시장에 돌풍을 일으킨 메가히트 상품이다. 보톡스 성분인 보툴리눔 톡신이 처음 발견된 것은 19세기 초반이다. 당시 독일에서 2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식중독의 원인으로 보툴리눔 톡신이 지목됐다. 보툴리눔 톡신은 주로 상한 통조림이나 썩은 고기에서 발견되는데, 1g으로 수만명의 목숨을 앗을 수 있는 강력한 독소다.

엘러간은 이러한 보툴리눔 톡신을 의학적으로 안전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정제해 보톡스를 개발했다. 보톡스는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이라는 박테리아에서 정제한 천연 단백질이다. 지난 1989년 미국 FDA으로부터 사시와 눈꺼풀경련 치료제로 처음 승인을 받았다. 이후 소아뇌성마비 환자의 강직된 근육 치료에 사용됐고, 주름 개선, 편두통, 과민성방광 등의 적응증을 획득하면서 사용범위를 넓혔다.

보톡스는 운동신호를 전달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분비를 방해해 근육의 과도한 수축을 억제하는 원리를 가지고 있다. 과도한 근육수축은 특정 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보톡스로 근육을 이완시켜 과도한 근육 수축으로 인한 경련이나 주름 등을 치료할 수 있는 것이다.

미용성형 강국인 우리나라에서 보톡스로 대변되는 안티에이징 시장은 활황세다. 삼성경제연구소 조사를 보면 현재 12조원 규모인 국내 안티에이징 시장은 오는 2020년이면 28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보툴리눔 톡신 성분으로 짧은 시간에 즉각적인 주름개선 효과를 얻고, 한 번 시술로 효과를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쁘띠성형은 안티에이징 산업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분야이다.

이렇게 국내 보톡스 관련 시장이 커지면서 엘러간을 비롯한 많은 제약사들이 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2014년을 기준으로 국내 보톡스 시장은 800억원, 해외 시장은 3조3000억원대로 추정된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 75개국에 진출한 엘러간의 보톡스는 해외시장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들에 따르면 현재 국내사인 메디톡스의 ‘메디톡신’이 전체 시장의 40% 가량을 차지해 리딩 품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 다른 국내사인 휴젤의 ‘보툴렉스’가 30%를 점유하고 있고, 이어 엘러간의 보톡스, 대웅제약의 ‘나보타’가 차례대로 시장을 나눠 갖고 있다.

엘러간의 보톡스와 비교했을 때 국내사 제품들은 동등한 안전성과 효능을 바탕으로 가격경쟁력을 갖췄다. 국내 리딩품목인 메디톡신은 국내 최초이자 세계 4번째로 개발된 보툴리눔 톡신으로, 해외에서는 ‘뉴로녹스’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다. 메디톡스는 세계 최초의 비동물성 액상 보툴리눔 톡신인 ‘이노톡스’, 자체 기술로 히알루론산 필러인 ‘뉴라미스’를 선보이며 라인업을 다양화하고 있다.

 

두드러진 성장세로 주목받는 품목은 대웅의 나보타다. 국내에서 지난해 54억원을 매출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70억원, 내년에 1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지난해 1월 미국 임상3상에 진입해 올해 3분기 안에 FDA 허가를 신청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초 중앙대병원 피부과 김범준 교수팀은 서울아산병원, 성바오로병원과 공동연구를 통해 나보타의 안전성과 효능의 우수성을 입증한 연구논문을 SCI급 저널인 국제피부과학회지에 발표하기도 했다. 김 교수팀에 따르면 나보탙를 268명의 환자에게 무작위로 나눠 미간 주름을 치료하는데 각각 주사한 결과, 치료 4주 후 피부 최대 수축 정도는 93.9%로, 기존 보툴리눔 톡신의 88.6%보다 높은 효능을 보였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산 보툴리눔 톡신은 국내 시장의 40배가 넘는 해외 시장의 문을 적극 두드리고 있다. 이미 메디톡신은 중국, 대만, 일본 등 60개국에 수출되고 있으며, 나보타는 태국, 필리핀, 중남미 국가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대웅제약과 더불어 휴젤파마도 북미시장 진출을 위해 미국 FDA 임상3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적응증 확대도 관건이다. 현재 보툴리눔 톡신 제제 중 적응증이 가장 넓은 제품은 엘러간의 보톡스다. 엘러간 관계자는 “보톡스는 임상시험을 통해 적응증을 10개나 확보했다”며 “다른 제제는 적게는 1개에서 많게는 3~4개 수준”이라고 말했다. 엘러간의 보톡스는 눈꺼풀경련, 사시, 경부근긴장이상, 다한증, 상직경직, 만성편두통, 요실금, 과민성 방광 등 다양한 적응증을 가지고 있으며 계속 처방 영역을 넓히고 있다.

메디톡스는 현재 뇌졸중, 눈꺼풀경련, 미간 주름개선, 소아뇌성마비 환자에 있어 강직에 의한 첨족기형치료 등 모두 4개 적응증을 확보했으며, 추가적으로 적응증을 넓힐 계획이다. 눈꺼풀경련, 미간 주름의 개선 등 2개 적응증을 가진 휴젤파마도 “적응증을 넓히기 위해 현재 다한증 관련 임상 등 총 4가지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웅제약은 뇌졸중 후 상지근육 경직 관련 임상을 지난해 마쳐 적응증을 획득했으며, 다른 임상도 진행 중이다.

국내사들은 원조 보톡스와 차별화하려 노력하고 있다. 메디톡스는 제형을 변화시켜 의료진이 보다 편하게 시술할 수 있도록 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메디톡신에 이어 개발한 ‘이노톡스’는 액상 제형이기에 별도 희석 과정 없이 사용할 수 있어 시술이 용이하고, 정량시술에 적합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대웅제약은 용량을 다양화해 환자 필요에 따라 적합한 시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나보타의 용량을 50, 100, 200단위까지 다각화했다”며 “액상 및 복합제 등 신규 제형 연구도 진행중이다”고 말했다.

    한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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