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대신 뇌 자극… 새 우울증 치료법 각광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의 오명을 안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우울증약 사용량은 해마다 급증세다. 우울증에는 조기 약물치료가 최선이지만, 부작용 이슈를 떼려야 뗄 수 없어 문제다. 최근에는 우울증약의 부작용에서 벗어나 안전성을 강조한 새로운 뇌 재활 치료법이 등장하고 있어 우울증 치료 시장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현재 처방되는 우울증약들은 대부분 부작용의 위험을 안고 있다. 신경전달물질의 신경말단 재흡수를 막는 삼환계 항우울제(TCA)는 심혈관계 부작용이 심하고,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SNRI)는 세로토닌 증후군, 신경이완제 악성증후군 등의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때문에 우울증약을 먹는 환자의 절반가량은 약물 저항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우울증약 사용량이 높은 노인 우울증 환자들은 만성질환 약과 함께 먹을 때 뒤따를 수 있는 부작용을 걱정한다. 해외 연구에서는 조증과 양극성 장애 발병과 연관돼 있다거나, 우울증약을 먹는 산모의 아기에게 치명적인 폐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오랜 부작용 이슈를 떨치려는 노력이 거듭되면서 10여년전부터 뇌에 전기자극을 가해 신경계 증상을 치료하는 새로운 치료법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2000년에 ‘뇌심부자극(DBS, Deep Brain Stimulation)’을 파킨슨씨병 환자에게 쓸 수 있도록 승인했다. DBS는 볼펜 심 정도로 가는 전극을 뇌에 삽입해 직접 전기자극을 가하는 수술이다.

DBS는 환자의 MRI 영상과 뇌 도감을 합성해 뇌 속 하시상핵으로 예상되는 부위에 전극을 삽입한다. 10% 정도의 출혈 위험을 안고 있으며, 수술 환자의 2~3%는 마비와 의식 장애 등의 증상을 동반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직접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전극을 5개나 삽입하기 때문에 환자의 심리적 부담이 크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됐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최근에는 비수술적 치료법인 ‘경두개 자기자극법(TMS, 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이 주목받고 있다. TMS는 두개골을 절개하지 않은 상태에서 MRI의 최대 자기장에 해당하는 3테슬라의 강력한 자기장을 발생시켜 뇌의 심부를 자극해 두뇌 피질의 신경세포를 활성화시키는 혁신적인 시술법이다. 자기장이 도체인 뇌에서 전기장으로 에너지가 바뀌고, 바뀐 에너지를 교류자기장으로 조절해서 자극하는 원리다.

국제적 시장조사기관인 프로스트앤설리번은 헬스케어의 변화를 야기할 혁신적인 20개 의료기기의 하나로 TMS와 같은 뇌 자극기를 꼽았다. 현재 TMS 개발사는 세계적으로 10여곳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TMS 기기는 우울증 치료기로 지난 2008년에 미국 FDA, 2013년에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얻었다.

미국의 뉴로네틱스가 개발한 TMS 기기인 뉴로스타에 이어 국내에서는 리메드가 ALTMS를 개발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허가를 얻었다. 리메드의 ALTMS는 지난 2014년에 보건산업진흥원의 신기술 인증인 NET 인증을 획득했고, 지난해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주관하는 차세대 세계일류상품에 선정되기도 했다.

리메드에 따르면 ALTMS는 2007년 3월 20일부터 2011년 9월 30일까지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과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에서 우울증과 불안장애 환자 8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했다. 자극 후 1~2시간의 경미한 두통 외에는 부작용이 발견되지 않았다.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일단 안전성과 유효성은 확인됐지만, 치료효과의 편차가 개인마다 큰 편이다. 비급여로 처방되는데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 15일 치료를 기준으로 매일 20분씩 자극하는데 병원급에서는 150만원, 로컬의원에서는 70만원 정도 든다. 매일 병원에 와서 치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약물 복용보다 편의성도 떨어진다.

이러한 점을 극복하기 위해 ALTMS는 노트북 사이즈의 재택용으로 따로 출시될 예정이다. 의사가 처방한 프로토콜대로 동작되는 기계를 환자가 빌려서 쓰고 병원에 가져다주는 시스템으로 사용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 리메드측은 “지난해 10월 재택용 우울증 치료기의 사용성 평가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현재 ALTMS는 국립정신병원 등 국내 병원급 30여곳, 로컬의원 70여곳 등에 도입됐고, 중국 시장에도 런칭됐다. 우울증 뿐 아니라 뇌질환 전반으로 적응증을 확대하기 위한 임상도 진행 중이다.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동국대일산병원에서 뇌졸중 임상시험이 진행돼 조만간 세계 최초로 뇌줄중 치료용으로 TMS가 허가될 지 주목된다.

리메드 이근용 대표이사는 “치매, ADHD, PTSD, 중독, 자폐, 파킨슨 등 뇌질환 치료기기로 확장 가능하고, 서울성모병원 치매센터에서 임상 시험이 진행될 예정”이라며 “건강보험이나 TMS에 대한 환자 인지 등 복합적 요소가 있기 때문에 TMS가 우울증 약물 시장을 얼마나 대체할 수 있을지 시장을 예측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배민철 기자 mcbae2000@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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