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초들의 병 COPD, 치료 패러다임 변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은 담배를 많이 피는 골초들에게서 잘 생기는 병이다. 만성기관지염, 폐기종이 진행되면서 기도가 좁아지거나 막혀 기침, 가래가 잦아지고 숨쉬기가 어렵게 된다. 특히 중증 환자들은 단순한 일상생활도 힘들어 정서적면에서도 악영향을 미친다. 미국에서는 사망률 4위, 국내에서는 7위의 흔한 병이지만 진단율은 낮은 병이다.

건강보건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하기도 질환’ 사망률은 3위를 차지하는데 대부분이 COPD 환자다. 높은 사망률은 전 세계적인 추세이다. COPD 증상으로 병원을 찾아도 환자의 30%만 폐기능 검사를 하게 된다. 즉 진단이 거의 되지 않으며 10-20% 이내의 환자만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 높은 사망률을 기록중인 COPD의 낮은 진단율에 대해 고대구로병원 호흡기내과 심재정 교수는 COPD에 대한 환자들의 ‘인식 부족’을 그 이유로 꼽았다.

심재정 교수는 “흡연자들은 기침이나 가래와 같은 증상을 병이라고 생각지 않고 무시한다”며 “숨이 차오르면 그제야 병원을 찾는데, 문제는 이러한 증상으로 병원을 찾아도 폐기능 검사 없이 단순 감기로 진단해 COPD 환자는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그는 “X선 검사, 폐기능 검사를 하고나서도 단순 ‘노화’ 때문이라고 생각할 때가 많아서 사망률이 증가하는 것”이라며 “죽을 때 까지도 COPD 환자임을 모르고 죽는 환자가 많다”고 덧붙였다.

최근 COPD·천식 치료제 시장은 ‘단일제’에서 ‘복합제’로 패러다임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가 지난 2014년 9월 COPD 진료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면서 LAMA+LABA(지속성 무스카린 길항제+지속성 베타2 항진제) 복합제 병용투여가 LAMA 및 LABA의 단독투여 보다 우월하다고 인정하며 병용요법 시대를 예고한바 있다. 이에 GSK를 필두로 노바티스, 베링거인겔하임은 일제히 LAMA+LABA 복합제를 출시했다.

GSK의 LAMA+LABA 복합제 ‘아노르 엘립타’가 지난해 2월 국내에서 첫 급여를 받았다. GSK는 ‘ICS(흡입 스테로이드)+LABA’ 복합제 ‘세레타이드’로 그간 COPD·천식 치료제 시장에서 최강자의 자리를 지켜왔다. 하지만 특허 만료 후 제네릭(복제약)이 등장하면서 약값 인하를 피할 수 없었다.

이때 새로운 동력이 되어준 치료제가 ‘아노르 엘립타’였다. 노바티스의 ‘조터나 브리즈헬러(글리코피로니움+인다카테롤)’ 복합제 역시 이미 지난해 5월에 보험급여 적용을 받고 출시돼있다. 조터나 브리즈헬러는 COPD 증상 완화를 위한 1차 유지요법제로 허가를 받았다. 베링거인겔하임은 이미 10년간 임상 및 진료 현장에서 유효성을 입증한 ‘스피리바(티오트로퓸)’를 기반으로 한 LAMA+LABA 복합제인 ‘바헬바 레스피맷(티오트로퓸+올로다테롤)’의 급여 적용 출시를 오는 4월 1일로 내다보고 있다.

COPD 치료제의 패러다임 변화로 인해 복합제 간의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베링거인겔하임은 8일 기자간담회에서 독특한 디바이스로 소프트 미스트 형태의 ‘레스피맷’ 디바이스를 소개했다. 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박흥우 교수는 “A, B, C 약제 별로 큰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니라 폐에 얼마나 잘 전달되느냐가 중요한데, 이런 점에서 디바이스 자체가 또 하나의 혁신을 추가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로 COPD·천식 환자들에게 디바이스는 약제보다도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심재정 교수는 “디바이스 교육은 3번 이상해야 환자들이 적응할 수 있다. 한번 적응된 환자들은 디바이스를 바꾸려고 하지도 않는다”며 “레스피맷은 COPD 및 천식 환자들에게 중요한 ‘타이밍 조절’, ‘약제의 시각화’ 적인 측면에서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이며 미스트 형식으로 약제가 폐포까지 전달되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베링거인겔하임 박기환 대표는 “새로운 COPD 치료제인 바헬바와 천식 치료제인 스피리바를 바탕으로 호흡기 치료제 분야의 마켓 리더로서 혁신적인 약품 개발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사진 = 고대구로병원 호흡기내과 심재정 교수]

    송영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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