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사람 모양 장난감’을 생명체로 인식한다

사람의 뇌는 무생물보다 생물을 잘 인지하는 능력이 있다. 이는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식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생물, 포식자로 위협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생물들을 가늠하기 위해 발달했다. 그런데 최근 연구에 따르면 꼭 살아있는 존재만 생물로 인식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뇌는 장난감과 같은 사물을 생명체로 인식할 때도 있다.

미국 워싱턴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트럭과 같은 무생물보다 사람이나 동물과 같은 생물에 좀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문명사회에서는 동물보다 자동차가 목숨을 위협할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생명체를 좀 더 잘 인식한다.

그런데 최근 ‘캐나다실험심리학저널(Canadian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이처럼 살아있는 존재에 대한 편향된 시각은 사람 형태의 장난감에도 적용된다. 실질적으로는 사물에 불과하지만 그 형태 때문에 사람처럼 인식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컴퓨터 스크린에 등장하는 레고로 만든 흑백 이미지를 보도록 했다. 모니터에는 두 이미지가 번갈아가며 등장하는데, 각 이미지는 0.25초라는 짧은 순간 스치듯 지나간다.

연구팀은 실험참가자들에게 두 이미지의 차이점을 포착하도록 했다. 그리고 또 다른 2장의 이미지를 보여주며 동일한 실험을 반복했다. 두 장의 레고 이미지는 거의 동일하지만 약간의 차이가 있다. 가령 한 장의 이미지에는 사람 형태의 레고가 한 개 더 추가됐거나 타워와 같은 사물이 추가돼 있다.

실험 결과, 실험참가자들은 타워와 같은 사물보다 사람 형태의 레고가 추가된 이미지를 좀 더 빨리 알아채는 경향을 보였다. 이미지를 흐릿하게 처리하거나 180도로 뒤집었을 때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타났다.

연구팀은 “사람의 뇌는 사람 형태의 레고와 사물 형태의 레고를 서로 다르게 취급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우리 뇌가 사람 형태의 레고를 생명체로 인식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즉 실질적으로 살아있는 생명체가 아니어도 형태가 사람과 유사하면 뇌가 자동적으로 생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단 이번 연구는 좀 더 세심한 추가적 실험이 필요하다. 어렸을 때부터 레고를 가지고 놀던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점, 레고 외의 장난감을 대상으로 한 실험 등이 진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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