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도 ‘멀티’ 시대… 적응증 확대 진력

시장에 안착시킨 약이 다양한 ‘적응증’을 획득하는 것은 또 다른 시장을 개척한다는 의미에서 중요하다. ‘적응증’이란 의약품이나 수술에 의해 치료효과가 기대되는 병이나 증상을 뜻한다. 쉽게 말해 적응증이 확대 될수록 한 가지 의약품으로 다양한 병을 치료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제약사는 의약품 하나로 다양한 환자군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적응증 확대’는 신약개발에 버금가는 주목을 받곤 한다.

‘적응증’ 최다 보유 약은 애브비의 ‘휴미라(아달리무맙)’로 지난 2월 식약처로부터 3개의 새로운 적응증(화농성 한선염, 중증 만성 소아판상건선, 소아골부착부위염 관련 관절염) 확대를 승인 받았다. 글로벌 전체 처방약 매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휴미라는 국내에서만 13개 적응증을 획득해 ‘최강 멀티플레이어’로 등극했다.

휴미라는 류마티스관절염, 강직성 척추염, 건선,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등에 사용되는 TNF-알파제로 관절염, 피부, 소화기를 넘나드는 치료 영역을 가진 의약품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휴미라의 끊임없는 적응증 추가는 여러 만성 염증성 면역 질환의 발병을 제어하는 방식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TNF-억제제 바이오시밀러인 국내 제약사 셀트리온의 ‘램시마’는 지난달 9일 미국 식품의약국(FDA) 관절염 자문위원회(Arthritis Advisory Committee)에서 오리지널의약품인 얀센의 ‘레미케이드’ 적응증과 동일 범위로 ‘승인 권고’를 획득해 미국 시장 수출에 청신호가 켜진 바 있다.

자문위는 ‘램시마’의 류마티스관절염, 강직성척추염, 성인궤양성대장염, 소아 및 성인 크론병, 건선, 건선성관절염 등 오리지널의약품과 동일한 모든 적응증을 인정하는 ‘외삽(extrapolation) 승인’을 권고했다. 이날 라이런 자문위원회 의장은 “램시마는 가격 적정성과 환자의 접근성 확대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내 제약사 역시 시장 확대와 선점을 목표로 ‘적응증 확대’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웅제약의 보툴리눔톡신 제제 ‘나보타’는 미간주름 개선 등의 치료제로 쓰여 왔지만 지난해 12월 뇌졸중 후 상지근육경직 적응증을 획득했다. 미용분야와 치료시장까지 영역을 확대한 케이스로 주목받았다. 뇌졸중 후 경직된 상지근육 부위에 투여해 근육의 과도한 수축을 억제하는 효과를 임상시험에서 입증해 재활의학과의 치료영역에서도 입지를 강화해 나갈 전망이다.

보령제약의 ‘카나브’ 역시 본태성 고혈압 외에도 당뇨병성만성신질환자의 단백뇨감소에 대한 적응증 추가 임상계획을 갖고 있다. ‘카나브’는 고혈압 치료제 중 가장 많이 쓰이는 약물인 ARB(Angiotensin II Receptor Blocker, 안지오텐신Ⅱ 수용체 차단제)계열로 혈압 상승의 원인 효소가 수용체와 결합하지 못하도록 차단해 혈압을 떨어뜨리는 원리의 약물이다.

‘카나브’는 멕시코에서 발매 1년 만에 순환기내과 처방률 1위를 차지했고 이뇨복합제 역시 판매 허가를 받아 중남미시장에서의 고공행진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보령제약 관계자는 “‘카나브’의 성분이 고혈압과 신장관련 질환에도 탁월해 적응증 추가 연구 중에 있다”면서 “적응증 추가는 시장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령제약은 2016년 중에 ‘카나브’ 적응증 확대 임상을 마무리한 뒤 2018년에는 적응증을 획득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송영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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