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아동 학대… 외상 후 스트레스 위험도

 

지난해 12월 인천에서 부모의 학대를 견디지 못해 탈출한 11세 소녀 사건 이후 부천의 초등생 자녀 시신 훼손, 목사 아버지의 여중생 딸 시신 방치, 40대 주부의 딸 암매장 사건 등 아동 학대 사건이 줄줄이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학대를 당한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심리적‧육체적인 상처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를 앓을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란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한 후 발생하는 정신, 신체 증상을 의미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건의료 빅데이터 통계자료에 따르면 최근 6년간(2010-2015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 수 현황을 분석한 결과 10-20대 젊은 층이 전체 환자수의 30.5%를 차지했다. 지난해 기준 전체 환자 수는 7240명으로 집계됐으며 이는 전년 대비 3.7% 늘어난 수치로 연평균 3.6%의 증가율을 보였다.

생명에 위협이 되는 사건을 경험한 사람은 누구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을 수 있다. 고려대구로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이문수 교수는 “특히 학대를 당한 어린이들은 불안·자극에 대해 정상보다 과민하게 반응하는 과각성(hyperarousal, 過覺醒) 및 회피 반응을 보이거나 학대 순간이 연상되는 상황을 다시 마주하면 심리적 마비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며 “또 정서적인 감정조절 능력을 비롯해 인지행동능력에도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어른의 경우 상담치료가 가능하지만 아이들은 스스로의 상태를 말로 표현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기 때문에 놀이치료, 미술치료 등이 필요하다. 이문수 교수는 “치료에 앞서 최우선적으로 학대 아동에게 안정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한다. 다시는 학대 상황이 반복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필요하다”며 “아이가 안정감을 회복한 다음에 다음단계로 외상 정도에 대해 평가해야한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최근 아동 학대의 가해자인 부모들 역시 어린 시절 학대를 겪었던 사실에 대해 “마치 사슬 구조처럼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현상”이라며 이러한 되물림 현상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 “아이들은 회복 탄력성 때문에 빠른 시기에 적절한 치료를 하면 회복이 가능하므로 더욱 적절한 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지하철 화재, 세월호 침몰 사고와 같은 ‘재난 경험자’에게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미국, 유럽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재난 피해자들에 대한 체계적인 정신적 충격 관리 프로그램이 없었던 게 사실. 최근 ‘재난충격회복을 위한 연구협의단’이 국내 최초로 재난 경험자들의 정신적 후유증 관리를 위한 전국적 지원 시스템 구축에 나서 주목받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정신과 채정호 교수(재난충격연구단의 대표)는 “재난 관련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심각한 사회 보건 문제이지만, 국내에는 관리가 미흡한 상태”라며 “최근 다양한 재난 사고의 발생이 급증한 만큼,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 환경에 적합한 재난 PTSD 대응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송영오 기자 song05@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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