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로도 감염? 지카 바이러스, 괴담과 진실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의 잠복기가 2년이나 되고 여성이 한번 감염되면 나중에 임신해도 소두증 아기가 태어난다는 얘기는 모두 근거 없는 ‘괴담’으로 드러났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SNS에 떠도는 지카 바이러스 관련 소문 중엔 황당무계한 것들이 많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이재갑 교수는 지난 메르스 사태 당시 정부와 함께 방역 업무의 중심에 섰던 대한병원감염관리학회 대변인(홍보이사)으로 활약했다.

29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주최)의 발제자로 참여한 이재갑 교수는 “임신부 등의 혈액에 지카 바이러스가 발견되는 것은 감염 후 1주일 정도이므로 이 기간만 지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지카 바이러스에 한번 감염됐던 사람이 치료된 후 재감염된 사례도 없으므로 안심해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남미에선 대개 여성은 감염 뒤 2-3개월 지나면 임신해도 괜찮다고 본다.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의 잠복기는 보통 2-7일이고 가장 길어야 14일이다. 지카 바이러스에 한번 걸리면 체내에서 바이러스가 잠복하고 있다가 나중에 임신하면 소두증 아기가 태어난다는 것도 근거가 없다. 지카 바이러스가 혈액에 존재해야 바이러스가 태반을 통해 아이에게 옮겨진다.

이 교수는 또 “유전자변형 모기가 지카 바이러스를 퍼뜨린다거나 살충제가 소두증을 유발한다는 SNS 상의 글도 앞뒤 관계가 맞지 않는다”며 “사람의 지카 바이러스 감염이 처음 확인된 것은 유전자변형 기술이 개발되기 훨씬 전인 1954년”이라고 했다. 이날 간담회엔 이 교수와 성균관대 강북삼성병원 감염내과 염준섭 교수가 지카 바이러스 관련 궁금증에 대해 답변했다.

침 등 키스를 통한 감염 가능성 = 극히 적다. 침에서 살아있는 지카 바이러스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설령 지카 바이러스가 침에 산 채로 존재한다고 해도 상대 입 안에 상처가 있어야 감염된다. 지카 바이러스는 혈액을 통해 감염되기 때문이다.

모유, 물을 통한 감염 여부 = 거의 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 있다. 모유에서 아직 살아있는 지카 바이러스가 발견되지 않았다. 세계보건기구(WHO)도 모유를 먹이는 것은 괜찮다고 했다. 물에선 바이러스가 희석되므로 물을 통한 전파 가능성도 거의 없다.

수혈을 통한 전파 가능성은 존재 = 수혈로는 지카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다. 그러나 국내에선 해외여행을 다녀 온지 1개월이 지나야 수혈이 가능하므로 수혈을 매개로 한 지카 바이러스 감염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임산부, 모기 기피제 사용 가능 = 임신부 중 일부는 모기기피제에 독성이 있다는 이유로 꺼린다. 하지만 미국 질병관리센터(CDC)는 임산부에게 디에틸톨루아미드(DEET), 이카리딘, 레몬 유칼립투스 오일이 든 모기 기피제를 사용하는 것을 권장했다. 허브 등 천연성분 중엔 과학적으로 효과나 안전성이 증명되지 않은 성분도 포함돼 있다. 이 성분들이 임신부에게 안전한 것인지 반드시 확인하고 사용해야 한다.

오는 8월 브라질 올림픽과 지카 바이러스 = 브라질 올림픽이 열리는 기간은 남미에서는 겨울이다. 날씨가 선선해서 모기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브라질 안에서도 지카 바이러스는 소득이 낮고 위생 상태가 떨어지는 북부에 집중되고 있는데 올림픽이 열리는 곳은 남부지역이므로 큰 영향은 없을 것이다.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은 계절과 상관없이 모기가 살 수 있으면 감염 가능하다.

지카 바이러스가 소두증이나 길랑바레 증후군을 일으키나 = 아직 논란이 있지만 지카 바이러스와 소두증의 관련성은 어느 정도 인정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은 의학저널인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 최근호에 2013년 12월부터 브라질에 거주하다가 2015년 2월에 임신한 슬로베니아 여성(25)의 사례가 상세하게 다뤄졌다. 이 여성은 임신 32주차에 태아의 성장 지연과 소두증이 발견돼 임신중절을 했는데 태아의 뇌 조직에서 지카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지카 바이러스와 길랑바레 증후군의 관계는 소두증보다 밝혀진 것이 더 적다. 길랑바레 증후군은 말초신경이 망가지는 병으로 운동장애, 호흡장애 등을 일으키며 심하면 생명을 잃기도 한다.

국내에서 지카 바이러스 감염 환자가 발생할 경우 = 국내에서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환자가 생겨도 굳이 격리 조치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중국의 첫 환자는 격리 조치를 했지만 일본에선 과거에도 2명이 발생한 적이 없으므로 격리를 했는지는 불분명하다. 지카 바이러스는 방역을 통해 예방이 사실상 불가능한 질병이다. 감염돼도 열이 나지 않는 등 무증상 감염자가 전체의 80%에 달하므로 공항이나 항만 검역은 의미가 없다. 국내에서 지카 바이러스가 토착화할 가능성은 몇 년 이내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용 기자 ecok@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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