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들이대도 상대가 설득이 안 되는 이유

 

다른 사람의 잘못된 생각을 교정해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 생각이 왜 틀렸는지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명백한 증거를 제시해도 상대방은 쉽게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오히려 애초 입장을 더욱 강하게 고수하기까지 한다. 왜 이처럼 남을 설득하기가 어려운 걸까.

최근 ‘담화과정(Discourse Processes)저널’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사람은 자신의 정체성을 흔들리게 만드는 정보를 접했을 때 분노와 실망감을 느낀다. 이 같은 부정적인 감정은 새로운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도록 훼방을 놓는다. 사람들이 자신의 잘못된 의견을 고집하는 이유다.

지난 연구에 따르면 상대방의 생각을 바꾸는 일은 도전이 필요한 일이다.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을 때 본래 자신이 가지고 있던 관점을 보호하고 정당화하려는 네트워크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새로운 정보와 기존 정보가 서로 경쟁을 벌이게 된다. 이 때 새로운 정보가 기존 정보와 순조롭게 조화를 이루면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게 된다. 하지만 이런 통합과정이 실패하면 본래 생각했던 관점이 더욱 맹렬히 기승을 부리게 된다.

이와 관련 최신 논문을 발표한 연구팀은 기존 정보와 새로운 정보 사이의 경쟁보다는 새로운 정보가 기존 정보를 위협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는 사람이 자신의 정체성을 위협받는다는 생각 때문에 부정적인 감정이 일어나고, 이로 인해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지 않으려는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실험참가자 120명을 대상으로 유전자 조작 식품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실험참가자들의 유전자 조작 식품에 대한 사전 지식과 태도를 평가하고, “나는 음식을 먹을 때 종종 그 음식의 효능에 대해 생각한다”와 같은 문장에 동의하는지 평가해 음식의 순도를 얼마나 중시하는지 확인했다.

실험참가자들이 음식의 순도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파악하는 의도는 음식의 순도가 높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정보가 들어왔을 때 이 같은 새로운 정보에 순응하는지 혹은 저항하는지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전략이다.

연구팀은 음식의 순도가 떨어지는 유전자 조작 식품도 건강상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과학적 근거를 실험참가자들에게 제공했다. 그 결과, 음식의 순도를 높게 평가하는 실험참가자들일수록 이 같은 새로운 정보에 부정적인 감정을 표출했다. 그리고 유전자 조작의 나쁜 점을 더욱 강렬하게 주장하는 태도를 보였다.

사람은 자신의 기존 생각이 위협받는다는 느낌을 받으면 사실에 기반한 정보조차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저항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즉 누군가를 설득하고자 할 때는 상대방의 기존 생각을 건드리며 새로운 정보를 주입하려는 방식으로는 효과를 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상대방의 의견도 존중하면서 새로운 의견이 이에 녹아들 수 있도록 접근하는 방식으로 설득해야 새로운 의견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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