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명의 췌장암… 생존율 향상 물꼬 트이나

애플의 창업주인 스티브 잡스가 앓은 병으로 유명한 ‘췌장암’은 예후가 참 안 좋다. 국내 전체 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이 69.4%인데, 췌장암의 5년 생존율은 10%에도 못 미친다. 지난 20여년간 국내 10대 암 중 생존률이 가장 낮은 암이기도 하다. 그간 마땅한 신약도 나오지 않아 1가지 표준약에만 기대온 췌장암에도 생존율 향상을 위한 물꼬가 트일지 주목되고 있다.

위의 뒤쪽에 자리한 췌장은 몸속 장기 중 가장 깊이 자리해 있다. 암이 생겨도 조기발견하기 어려운데다 간과 위, 소장, 십이지장 등 여러 장기에 둘러싸여 전이되거나 재발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수술 또한 췌장암 환자의 20% 이하에서만 가능하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박준오 교수는 “전이성 췌장암의 5년 생존율은 1.7%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세계 주요 8개국의 췌장암 치료제 시장은 19억 달러, 우리 돈으로 2조3537억원 규모다. 미국의 GBI 리서치사에 따르면 오는 2021년에 29억 달러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현재 국내에 시판되는 췌장암 치료제는 3가지 정도로 극히 제한돼 있다.

지난 1999년 출시된 릴리의 ‘젬자주(젬시타빈 성분)’가 표준요법제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주사제인 젬자는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췌장암의 1차 치료단독요법으로 쓰인다. 폐암과 방광암, 유방암, 난소암, 담도암 등에도 적응증을 갖고 있다. 젬자는 2014년에 12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젬자가 지켜온 췌장암 치료제 시장에 지난해 4월 면역 치료제가 등장했다. 젬백스&카엘이 개발한 ‘리아백스주(카엘젬백스)’가 국내 시판 허가를 받았다. 리아백스주는 췌장암 환자의 자기 면역을 극대화시켜 암세포를 파괴하고 암환자의 생존기간을 연장 시키는 신개념 항암 치료제다. 지난해 말부터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처방되기 시작했다.

같은 해 9월에는 세엘진의 ‘아브락산(알부민 결합 파클리탁셀)’이 시판 허가를 획득했다. 아브락산은 종양 타깃 시스템인 ‘냅 기술’ 플랫폼이 적용된 치료제다. 당초 유방암 치료제로 개발된 아브락산은 최근 췌장암 치료제로 적응증을 확대했다.

아브락산은 단백질 성분인 알부민이 항암제 성분인 파클리탁셀을 둘러싼 나노 입자 형태를 띠고 있다. 종양이 알부민을 영양분으로 인식해 잡아먹으면 파클리탁셀이 암세포 분화와 성장을 억제시킨다. 크기가 작아 암종양과 주변조직에 침투하기 쉬워 기존 파클리탁셀보다 고농도로 암세포에 침투할 수 있다.

특히 이달부터 정부가 암 등 4대 중증질환의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해 전이성 췌장암 치료제인 아브락산과 젬자 병용요법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 아브락산은 국내 보험급여가 인정되지 않았던 탓에 대부분의 환자는 임상시험에 참여해 아브락산을 처방받아 왔다.

정부는 900여명의 전이성 췌장암 환자에서 1인당 연간 1314만원에 이르는 약값 부담이 64만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세엘진측은 “환자의 본인부담금은 5%로, 월 8~10만원 정도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엘진코리아 안전령 이사는 “아브락산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아브락산 병용 투여군은 젬시타빈 투여군보다 전체 생존율은 2.1개월, 무진행생존율은 1.8개월 연장됐고, 사망위험은 28% 감소됐다”며 “기존 표준요법보다 우월성을 입증해 전이성 췌장암에 있어서 첫 번째 치료제로 도입 될 것”으로 기대했다.

박준오 교수는 “아브락산은 국내외 모두 췌장암 치료 가이드라인에서 표준치료법에 해당되는 카테고리1에 속해 1차 치료부터 사용할 수 있다”며 “젬자 위주의 췌장암 표준 치료에 변화가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보험급여를 통해 국내 전이성 췌장암 환자들의 1차 치료 옵션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영오 기자 song05@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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